[Xangle Dig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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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2023년 1분기 BTC 시장 동향
BTC 가격에 대한 매크로 요인 평가
맺음말
“The problem with fiat money is that it rewards the minority that can handle money but fools the generation that have worked and saved ”
- Adam Smith
기존 금융 시스템이 잘 작동할 경우 대중들은 비트코인의 가치 제안에 공감하기 어려워한다. 기존 시스템에 이상이 생겼을 때 비로소 현재 금융 시스템의 문제를 인지하게 되고 비트코인이 왜 인류에게 유용한가에 대한 깨달음에 조금씩 다가가게 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제기된 현재 금융 시스템이 가진 모순에 대한 대체재로 고안된 비트코인은 최근 수년간 그 가치 제안을 어필할 수 있는 사건들이 주기적으로 발생하면서 그 존재감이 확장하고 있다. 2023년 3월 불거진 미국 중소은행들의 위기 또한 그러한 사건이며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성장에 중대한 의미가 있다.
본 리포트는 미국 중소은행 위기를 둘러싼 비트코인 가치 제안과 가격 상승 잠재력을 재평가한다. 2022년 말 $16,500 수준에서 거래되던 비트코인이 2023년 1분기 $28,000까지 상승하며 주요 자산군 중에서 최고 수익률을 기록하게 된 배경을 살펴본다. 또한 향후 1년간 BTC 가격의 주요 원동력으로 작용하게 될 매크로 요인들을 분석하고 동시에 크립토 윈터에서의 회복 예상 시기도 짚어본다. 끝으로 전통 금융권 은행과 가상자산 산업의 디레버리징 과정을 비교하여 가상자산 시장이 왜 향후 1년간 상대적으로 우수한 투자처인지 알아본다.
Figure 1: 2023년 수익률 선두주자는 비트코인
2023년 1분기 BTC 시장 동향
비트코인이 2023년 1분기 여타 위험 자산 대비 월등한 초과 수익률을 달성한 배경에는 지난 1월 중순에 미국의 12월 소비자물가지수 발표 이후 형성된, 1년간 지속되어 온 연준의 긴축 정책이 막바지에 달했다는 기대감이 작용했다. 이러한 기대감은 지난 11월 FOMC 당시 0.75%이었던 연준의 금리 인상 폭이 12월 0.5%, 2월에는 0.25%로 하향 조정되며 더욱 강화되었다. 2월에는 비트코인 가격 모멘텀이 잠시 주춤하는 듯하였으나 이달부터 갑작스럽게 미국 중소은행들의 위기가 표면화되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더욱 탄력을 받아 현재 $27,000~28,000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본 섹션에서는 미국 중소은행 위기와 이에 따른 매크로 환경의 변화가 앞으로의 비트코인 방향성을 결정짓는 중대한 변화라는 판단하에 미국 중소은행 위기의 발단이 된 SVB은행(이하 ‘SVB’) 사태 전후의 비트코인 시장 환경과 현황을 리뷰해 본다.
FTX, 실버게이트 사태로 메마른 시장 유동성
미국 중소은행 위기가 중대한 이슈로 불거지기 전부터 가상자산 시장은 갑작스러운 호재 혹은 악재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 FTX 파산과 실버게이트의 영업 중지로 인해 비트코인 시장의 유동성이 많이 감소하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FTX 파산으로 마켓메이커, 크립토헤지편드, 가상자산 렌딩 업체들이 피해를 보자 이들은 시장 참여를 대폭 축소하였다. 특히 중앙화 거래소에 대한 불신이 높아져 거래소 내 예치금을 개인 지갑으로 이체하면서 중앙화 거래소 보유자산 잔고가 유의미하게 줄어들었다(Figure 2).
Figure 2: 중앙화 거래소 비트코인 예치 잔고
Figure 3: 주요 14개 중앙화 거래소 총괄 BTC 시장 깊이(Market Depth)
가상자산 시장에 미국 달러 입출금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시중 은행 중 하나였던 실버게이트는 지난 4분기부터 지속된 경영난 속에 가상자산 시장에 중요한 미국 달러 공급 매개였던 ‘Silvergate Exchange Network(SEN)’ 서비스를 3월 3일 중단하였다. SEN은 API 기반으로 24시간 작동하는 실시간 미국 달러 이체 서비스이며 가상자산 시장에 시기적절한 유동성을 공급함으로써 시장 깊이(market depth)에 기여하고 있었다(자세한 내용은 2023.03.10 발간 코빗 리서치 ‘실버게이트 사태와 기관투자자 자금 동향’ 참조). 시장 유동성 공급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시장 참여자들의 활동과 이를 지원하는 핵심 제반 시설이 지난 수개월에 거쳐 사라지면서 비트코인의 시장 깊이는 악화되어 있었다(Figure 3).
은행위기 확산과 긴급 구제안
실버게이트가 지속되는 경영난 속에 ‘자발적 청산'을 결정한 지 불과 며칠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스타트업 전문 은행인 SVB가 뱅크런을 언급하며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하였다. 다음날 시장 혼란 속에서 유상증자 계획이 실패하고 결국 SVB의 영업정지가 공식화되면서 중소은행 전반에 걸친 뱅크런으로 이어질 조짐이 보이자 미국 금융 당국은 주말 사이에 긴급 공동 대응책을 마련하였다. 연준, 재무부, 연방 예금보험공사(Federal Deposit Insurance Corp., 이하 ‘FDIC’)는 연준의 기존 자금 대출 제도를 확장하여 FDIC에 등록된 모든 은행들의 예금 인출을 보장하는 Bank Term Funding Program(이하 ‘BTFP’)을 공동 발표하였다(자세한 내용은 2023.03.14 코빗 리서치 ‘SVB 사태와 가상자산 시장 전망’ 참조).
BTFP는 채권을 직접 매입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자금 지원이 1년 만기 대출이라는 점에서 통상적인 양적완화는 아니다. 하지만 이 발표가 지난 1년간 연준이 지속했던 긴축 통화 정책의 변곡점임은 부인할 수 없다. 특히 그 담보 대상이 되는 국공채와 주택담보대출채권(Mortgage-Backed Securities, 이하 ‘MBS’)의 매도압력을 상쇄시켜 두 자산 가격을 지지할 뿐 아니라 연준의 대출자산이 증가하여 양적완화때와 동일하게 재무제표가 증가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실제로 3월 15일 기준 연준의 재할인대출 증가 규모는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0년 3월 ‘코로나19 시장 폭락’ 때의 규모를 초과하고 있다(Figure 4, 5). 일부 전문가들이 BTFP가 기술적 차이는 존재할지언정 사실상 양적완화라는 의견을 내놓는 이유이다.
위험자산 선호도 급상승
전 세계 자산 시장 또한 BTFP 발표가 매크로 환경의 전환점임을 감지하고 시장 참여자들의 새로운 기대치를 반영하기 시작하였다. 3월 12일 BTFP 발표 직후 가장 큰 변화는 채권 시장에서 나타났다. 미국 국채 2년물 금리가 발표 직후 0.6% 포인트 하락하였는데 이는 1987년 블랙먼데이 이후 가장 큰 폭의 하향 조정이며 단기 금리의 하락에 대한 시장 기대치가 높아졌음을 시사한다. CME Fed Fund 선물 시장 또한 빠르게 조정하여 현재는 7월부터 0.25% 금리 인하를 65%의 확률로 반영하고 있다(3월 27일 기준). 불과 1달 전에는 0%의 확률이었다(Figure 6).
Figure 4: 연준 재할인창구(US$, bn)
Figure 5: 연준 재무제표(US$, mn)
Figure 6: CME 선물시장 7월 FOMC 기준금리 예측 분포도
Figure 7: BTC 주요 자산군과 상관계수
대표적인 위험자산인 나스닥과 비트코인 또한 대폭 상승하여 연준의 통화정책 완화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하였다(각각 +6%, +38% 상승). 이 기간에 비트코인 가격과 금괴 가격이 동반 상승했다는 것도 주목할만하다. 최근 두 자산 가격의 상관계수는 과거 어느 때보다 높아졌으며(Figure 7) 이는 BTFP 발표를 시장이 사실상 양적완화와 같다고 판단한 증명이기도 하다.
비트코인은 ‘시스템 헤지'
지난 2주간 비트코인 가격 상승을 이끈 것은 위험자산 선호도 증가라는 매크로 테마 외에도 비트코인 고유 성질이 부각된 결과라고 당사는 판단한다. 그 고유의 성질이란 비트코인이 ‘자주적 자산(sovereign asset 혹은 bearer’s asset)’이라는 점이다. 비트코인의 한정된 공급량에 기반한 인플레이션 헤지 내러티브는 2020년 코로나19 직후 감행한 양적완화 이후 많이 언급되었지만 자주적 자산이라는 점은 최근까지 널리 알려질 기회가 없었다.
자주적 자산이란 타인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소유권 행사가 가능한 자산을 뜻한다. 이와 상반되는 개념이 수탁형 자산(custodial asset)이다. 은행에 예치된 예금, 부동산, 주식, 채권 등 현대 사회에 존재하는 자산의 소유권 행사는 대부분 제삼자의 개입이 필수다. 소유자가 직접 소유하지 않고 은행, 등기소, 증권예탁원 등 제삼자가 관리하는 장부의 기록에 의존하기 때문에 그들이 실수 없이 공정하게 행동한다는 신뢰를 전제로 소유권을 행사할 수 있다. 특히 은행의 경우 예치된 자산을 대출하여 이자 수익을 올리는 risk-taking 활동에 기반한 사업모델 특성상 채무이행 능력에 대한 믿음도 추가로 요구된다(Figure 8).
Figure 8: 자주적 자산과 수탁형 자산
현대 사회에서는 대부분의 자산이 수탁형 자산이어서 대중들은 평소에 이러한 차이를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와 상반되는 자주적 자산이라는 개념을 생소하게 느낀다. 하지만 위기 상황에서는 재산 소유권 행사에 필요한 제삼자의 존재는 커다란 취약점으로 작용한다. 우크라이나 분쟁, 레바논 경제 혼란 등이 그 예이다. 전쟁, 자연재해 또는 부패하고 무능력한 통치하에 은행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재산 피해를 보는 경우는 전 세계에서 상시 발생하고 있다.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정치 및 경제 체제를 누려온 선진국들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금융기관의 counterparty risk를 인지하였고 비트코인은 이러한 문제에 대한 솔루션으로 탄생하였다. 비트코인 백서의 제목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이 이를 잘 대변한다. 제목의 Cash(현금)라는 단어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화폐의 3개 기능 중 하나인 교환매개 수단을 떠올린다. 하지만 백서의 저자 사토시 나카모토가 이후 남긴 글들을 보면 그가 Cash라는 단어를 사용한 이유는 자주적 자산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임을 추정할 수 있다. Cash는 현대 사회에서 가장 자주적 자산에 가깝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금융 당국이 취한 다양한 후속 안정화 조치로 인해 많은 사람들은 금융 시스템에 내재된 counterparty risk에 대한 위기 의식이 현저히 낮아져 있었다. 2017년 당시 연준 의장이었던 재닛 옐런의 “자기 생전에 금융위기는 없을 것(“it will not be in our lifetimes”)이라는 발언이 이를 잘 보여준다(Figure 9). 이러한 인식 속에서 갑작스럽게 발생한 SVB 사태는 큰 충격이었고 2008년 이후 잠시 잊고 있었던 금융 시스템에 내재된 counterparty risk를 재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은행의 안정성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된 상황에서 많은 투자자들은 제삼자에 의존하지 않고 자주적으로 소유권을 행사할 수 있는 비트코인의 물성에 주목하였고 이는 비트코인 가격 상승의 매우 중요한 내러티브로 작용하였다.
종합하자면 비트코인은 현대 사회의 화폐 시스템에 내재된 주요 리스크인 inflation risk와 counterparty risk에 대한 헤지라고 할 수 있다. Inflation risk란 연준이라는 특정 기관이 화폐 공급량에 대한 100% 통제권을 기반으로 공급량을 무분별하게 늘려 화폐와 금융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는 리스크를 뜻한다. Counterparty risk는 경제 활동 참여자들의 재산권 행사가 은행 또는 유사 금융 기관들의 채무이행 여부에 노출되어 있는 리스크를 뜻한다. 현 금융 시스템에 내재된 이 두 리스크를 통틀어 ‘시스템 리스크’로 표현한다면 SVB 사태 이후 대중들은 비트코인의 가치 제안에 대한 인식이 기존의 ‘인플레이션 리스크 헤지'에서 한 단계 더 발전한 ‘시스템 리스크'로 확장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Figure 10).
Figure 9: 보기 좋게 빗나간 옐런 장관의 예언
Figure 10: 비트코인 가치제안에 대한 대중 인지도 변화
‘크립토 윈터’ 끝?
당사는 작년 6월 크립토 윈터의 정의를 비트코인의 MVRV(Market Value to Realized Value) 기준으로 정의한 바 있다. ‘크립토 윈터’라는 단어를 객관적 기준 없이 남용하기보다는 정량화된 지표를 기준으로 정의하여 투자 결정에 도움이 되려는 의도였다. 당시 비트코인 MVRV의 Z-score 0.1 이하를 크립토 윈터 구간으로 정의하였고 이 구간을 90일 이상 지속적으로 상회할 경우를 크립토 윈터에서의 회복으로 정의하였다(자세한 내용은 2022.07.13 코빗 리서치 ‘2022년 크립토 윈터, 언제까지?’ 참조).
비트코인은 올해 1분기에 66% 상승하였고 그 결과 1월 16일부터 약 72일간 Z-Score 0.1 이상에서 거래되면서 당사의 정의에 따른 크립토 윈터 구간에서의 회복을 18일 앞두고 있다(3월29일 기준). 아직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 은행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남아있어서 향후 몇 달간은 변동성이 높은 시장이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벌써 크립토 윈터에서의 회복을 언급하기는 이른감이 있다. 하지만 미국 금융 당국의 정책 전환이 확실시되는 현 시점에서 당사의 정의에 따른 크립토 윈터 구간에서의 회복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비트코인 가격이 $20,600 이상을 유지하고 RV에 큰 변동이 없다면 크립토 윈터 구간에서의 회복은 오는 4월 중순쯤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Figure 11).
Figure 11: 크립토 윈터 회복은 4월 중순 예상
BTC 가격에 대한 매크로 요인 평가
당사는 지난해 12월, 2023년 가상자산 시가총액이 1~1.5조 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주된 이유는 연준의 통화정책 전환(‘dovish pivot’)이었으며 상승폭 예상은 가장 최근 연준이 dovish pivot을 한 2019년 가상자산 시가총액 증가폭을 고려하였다(자세한 내용은 2022.12.02 코빗 리서치 ‘코빗 리서치센터 2023년 가상자산 시장 전망’ 참조). 전망 당시 8천억달러 수준이었던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현재(3월 29일 기준) 1.2조달러이다.
시가총액의 추가 상승 여부는 연준의 dovish pivot이 얼마나 더 본격화될 것인가에 달렸다. 당사는 연준의 통화정책이 앞으로 1년간 더욱 완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 1년간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감행한 긴축 통화 정책의 경기 둔화 효과가 이제야 표면화되고 있으며 연준의 정책 기조는 이러한 변화에 맞추어 조정될 것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통화 정책의 ‘타임래그(Time Lag)’
통화 정책의 효과가 실물경제에 나타나기까지 짧게는 6개월, 길게는 2년까지도 소요되는 지연 현상은 이미 학술 연구 등을 통해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 원인은 크게 3가지로 구분된다.
첫째, 통화 정책의 영향이 실물경제에 도달하기까지 중간 단계에 포진된 금융 중개인(financial intermediaries)들의 존재이다.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통해 컨트롤할 수 있는 통화량은 본원통화에 국한되어 있다. 실물경제에 실질적 영향을 주는 실제 통화량은 민간은행(금융 중개인)이 본원통화를 기반으로 창출하는 신용, 즉 ‘파생통화’에서 비롯된다. 민간은행의 신용 창출(혹은 축소) 행위는 각 은행 고유의 여러 변수의 영향 아래 있어(자기자본 규모, 경영 전략, 재무제표 유동성, 고객 수요 등) 통화정책 전달 메커니즘을 지연시킨다.
둘째, 금융 체제 내의 소위 ‘안전장치’들의 존재이다. 여기서 안전장치란 좁은 의미로는 자본 시장의 급격한 가격 변화를 지체시키는 가격 변동폭 제한(상한가/하한가), 서킷브레이커, 사이드카 등의 조치 등을 일컫는다. 넓은 의미로는 거래시간 제한, 외환 규제, 기타 자본 움직임을 통제하는 각종 규제 등을 가리킨다. 최근 SVB 사태 이후 불거진 held-to-maturity 증권에 대한 회계 기준 또한 넓은 의미로 포함될 수 있다. 이러한 조치들은 경제참여자들을 시장의 급격한 변화로부터 보호한다는 장점은 있지만 통화정책과 이에 따른 경제 현실의 변화를 시기적절하게 반영하는 가격 발견(price discovery)를 지연시키고 경제 지표를 왜곡한다. 그 결과 이를 시그널로 활용하는 경제 활동 참여자들의 대응 속도는 늦어질 수밖에 없다.
셋째, 신용창출(혹은 축소)의 수혜자인 대출자들의 자금 사용 결정은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대출자가 대기업이나 공공기관과 같은 대형 조직일수록 이미 수립된 투자 계획을 수정하는 것은 쉽지 않으며 조직 규모가 크고 복잡할수록 반응 속도는 그만큼 더 느려진다.
SVB 사태는 지난 1년간 연준이 감행한 긴축 통화정책의 지연 반응(delayed reaction)이라고 할 수 있다. 12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5% 포인트의 기준금리 인상은 근래 연준 통화정책 역사상 전례를 찾기 힘든 역대급 긴축 정책이었다(Figure 12). BCA Research에 의하면 작년 상반기 기준 긴축 정책이 초래한 자산 가격의 하락 규모는 미국 총 GDP의 60% 해당한다. 당시 1% 미만이었던 기준금리를 연준이 지난해 하반기에도 추가 인상해 현재 5%까지 끌어올렸음을 고려하면 지금까지의 긴축 정책이 미국 경제에 미칠 경기 축소 효과는 더욱 클 것이다. 하지만 실물경제는 앞서 언급한 이유로 고금리 환경에 반응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그 반응은 이제 시작이며 SVB 사태는 그 첫 신호탄이었다고 당사는 판단한다.
Figure 12: 역대급 규모와 스피드로 감행한 연준의 2022년 금리 인상
다음 화약고는 CRE?
긴축 정책의 여파로 발생할 수 있는 추가적인 위험 요인으로 미국 내 상업 부동산(Commercial Real Estate, 이하 ‘CRE’) 대출이 최근 자주 언급된다. 사무실, 쇼핑몰, 호텔, 기타 산업용 시설 등을 일컫는 상업 부동산은 2021년 저금리 시대에 중소은행들이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대출자산을 늘린 분야였다. 하지만 금리 인상 이후 이러한 자산들의 이자 지급이 연체되면서 부실화 리스크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사무실이나 쇼핑몰의 경우 코로나19 이후 50%로 하락한 점유율이 회복되지 않아 담보 가치 자체가 반감한 상태이다. 이미 올해 들어 뉴욕, LA 등 대도시에서 3조 달러 이상의 부채에 디폴트가 발생하였으며 현재의 고금리하에서는 유사한 디폴트 케이스의 추가 발생이 예상된다(Figure 13).
CRE 대출 자산은 대형 은행들도 참가하였으나 방대한 자기자본 규모 대비 비중은 작다. 반면 자기자본 규모가 작은 중소은행의 경우 그 비중이 높아 피해가 그만큼 치명적이다. 올해 만기가 돌아올 CRE 대출자산 규모는 약 2,700억 달러로 추정되며 이 중 디폴트가 발생할 경우 큰 손실은 물론, 유사 자산에 대한 충당금 증가도 불가피해 보인다. 현재 CRE 대출 자산의 80%가 중소은행들의 융자임을 감안하면 CRE 채권의 부실화는 중소은행들에 추가적인 피해를 줄 가능성이 높다.
Figure 13: 중소은행들은 CRE 부실채권화를 견딜 수 있을까?
높아진 통화정책 완화 가능성
특정 금융 기관의 위기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SVB 사태와 CRE 대출자산 문제도 예고 없이 찾아온 것처럼 투명성이 없는 금융 체제 내의 문제점을 미리 파악하기는 어렵다. 현재 은행의 위기가 확산할 경우 이에 대한 조치가 사후적인 대응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하지만 한가지 연준이 사전적으로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있다. 바로 통화정책 완화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CME 선물 시장에서는 이미 7월 이후 60% 이상의 확률로 기준 금리 인하를 예측한다. 만일 향후 발표될 경제 지표들이 물가 상승 압력이 수그러드는 모습을 보이면 연준 입장에서 이른 시일 내에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risk-reward 상 현명한 판단이다. 특히 중소은행에 뱅크런이 발생하는 이유가 은행 고유의 문제들 외에도 높은 단기금리가 그 배경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MMF(Money Market Fund, 단기 국공채에 투자하는 현금성 펀드)가 높은 이자율을 제공하게 되자 은행의 예금자들은 더 높은 이자율을 찾아 MMF로 예치금을 이동시키고 있는 것이다(Figure 14, 15).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는 MMF와 은행 예금금리의 차이를 줄여 중소은행으로부터의 예금 이탈 압력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
Figure 14: 미국 MMF 잔고 추이
Figure 15: 경쟁력이 떨어지는 은행 예금 금리
기준 금리 인하와 별도로 BTFP를 확장하여 자금경색을 겪는 중소은행들에 유동성을 제공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현재 BTFP는 국공채와 MBS를 담보로 한 1년 만기 대출이라는 점에서 그 적용 범주가 제한되어있다. 하지만 1년후에는 상황이 다를 수 있다. 대출 만기가 와도 은행들의 영업 환경이 충분히 회복되지 않을 경우 연준이 대출 상환을 요구하기 어렵다. 중소은행들이 대출을 상환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장기채권 가격이 상승하여 장기 금리가 현재 3.8%에서 2%로 하락해야 한다. 은행들은 신규 대출을 재개하려면 추가로 단기 금리가 현재 4.75%에서 1%로 하락해야한다. 즉 1년 이내에 수익률 곡선(yield curve)이 2021년처럼 우상향을 회복해야 영업환경이 회복되는 것이다(Figure 16). 일부 분석가들이 현재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4% 포인트 가까이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Figure 16: 은행 대출 재개를 위해 수익률 곡선 회복이 필요하다
수익률 곡선이 우상향을 회복하지 못할 경우 두 가지 옵션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연준이 만기를 연장하는 것이다. 둘째, 만기 연장 없이 상환받지 못한 대출을 디폴트 처리하고 담보를 압류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결과적으로 연준이 중소은행으로부터 국공채와 MBS를 액면가 기준으로 선지급하고 1년 후에 전달받는 선물 거래를 한 것이 되며 통상적인 양적완화를 한 것과 같다. 결국 BTFP는 현재로서는 양적완화의 기술적 차이가 존재하지만 1년 후 중소은행에 특화된 양적완화의 도구로 사용될 여지가 있는 조치임을 알 수 있다.
켄틸런 효과(The Cantillon Effect)
연준의 추가적인 정책변화 없이 지금까지 발표된 조치만으로도 자산 가격 상승 압력이 발생할까? BTFP만 독립적으로 보면 그래야 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BTFP는 자산 매입이 아니라 중소은행들의 예금인출 대응을 지원하는 대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BTFP가 가져올 2차, 3차 후속 효과를 생각해보면 다른 결론이 나온다. 특히 현재 전반적인 매크로 요인들을 고려하면 자산 가격 상승 시나리오도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현재 연준의 재할인창구 및 BTFP의 지원을 받아 중소은행에서 인출된 예금은 대부문 MMF나 대형 은행으로 향하고 있다(Figure 17). MMF에 유입된 자금은 단기 국공채에 투자되기 때문에 단기 금리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여 수익률곡선의 우상향에 기여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우상향 수익률곡선은 은행들의 대출을 촉진하여 궁극적으로 자산 가격에 긍정적 효과를 준다.
Figure 17: SVB 예금은 대형 은행으로 이동
대형 은행으로 유입된 자금은 바로 일반적인 대출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헤지펀드나 패밀리오피스와 같은 단기성 트레이딩 전문 업체들의 트레이딩 펀딩 자금으로 사용될 경우 위험자산의 가격에 영향을 준다. 이것이 일명 ‘켄틸런 효과(The Cantillon Effect)’로 알려진 중앙은행에 의한 본원통화의 증가가 위험자산 가격의 상승을 부추기는 메커니즘이다. 17세기 경제학자 리처드 켄틸런은 새롭게 창출된 통화량은 사회에 균등하게 분배되지 않고 은행들로부터 통화량 증가의 혜택을 쉽게 받을 수 있는 분야로 먼저 유입된다고 지적하였고 이 현상은 그의 이름을 따 ‘켄틸런 효과'로 불린다.
맺음말
본 리포트는 최근 1개월간 급격하게 변하는 매크로 환경 속에서 비트코인 가격의 동향과 전망을 집중적으로 다루었다. 1월 중순부터 연준의 긴축 통화정책의 피크아웃에 대한 기대감이 서서히 형성되었으며 SVB 사태 이후 불거진 미국 중소은행들의 위기 이후 연준의 dovish pivot 가능성이 급증하였다. FTX 및 실버게이트의 파산 이후 가상자산 시장 내 오더북이 얇아진 상황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매크로 변화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였고 결국 연초 대비 66% 상승하였다. 중소은행 위기로 인해 현 금융 체제에 내재한 counterparty risk와 이에 대한 헤지인 비트코인의 자주성(sovereign asset)을 대중들이 인지한 것도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
앞으로 1년간 연준의 통화정책은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1년간 긴축정책의 효과는 실물경제에 이제 막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SVB 사태는 그 첫 신호탄이었다. 앞으로 가시화될 경기둔화 및 중소은행 문제는 연준의 기존의 긴축 통화정책 기조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며 이는 위험자산 가격에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중소은행 긴급 지원 조치인 BTFP의 후속 효과 또한 자산 가격에 긍정적이며 시간이 지날수록 사실상 양적완화로 확대될 여지가 있다.
가상자산은 디레버리징 완료, 은행은 이제 시작
가상자산 산업은 어느 산업보다 순수한 자유 경제 체제에 가장 가까운 형태로 발전해왔다. 그뿐만 아니라 시간과 공간의 제약에 구애받지 않는 디지털 공간에서의 경제 활동이 산업의 기반이기 때문에 외부 환경 변화에 대한 반응을 지체시키는 장애물이 거의 없다. 가상자산 산업에서의 3개월은 3년과도 같다는 표현이 이 산업의 이러한 빠른 적응 속도를 잘 말해준다. 변동성이 높은 가상자산 가격 또한 이러한 현실을 반영한다.
이러한 산업 특징은 2023년 가상자산 시장에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한다. 돌이켜보면 2022년을 장식한 가상자산 업계의 굵직한 사건 사고들의 배경에는 연준의 긴축 정책이 있었다. 2021년 11월 파월 의장의 매파적 발언 이후 채권 시장은 서서히 하락하며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반영하기 시작하였고 위험자산 가격도 조정 국면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가상자산의 익스포저를 줄이는 투자자들이 증가하며 시장에서 자금이 이탈하였고 이는 가상자산 산업 내 기업들에 큰 스트레스로 작용하였다. 시장의 반응을 지연시키는 각종 규제 장치가 없는, 24시간 작동하는 가상자산 시장에서의 유동성 이탈은 빠른 속도로 테라·루나, 셀시우스, 3AC, BlockFi 등의 몰락에 크게 일조했고 그 여파는 업계를 대표하던 대형업체인 FTX, Genesis까지 번졌다.
몰락한 가상자산 업체 및 프로토콜의 공통점은 달러 요구에 시기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유동성 문제였으며 이점은 현재 미국 중소은행의 위기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중소은행의 유동성 문제는 이제 막 표면화되고 있지만 가상자산 산업의 유동성 문제는 지난해 이미 거의 모두 표면화되었다는 점이다. 가상자산 고유의 불확실성(리플 소송 결과, 미국 규제 리스크 등)은 남아있을지라도 유동성 관련된 불확실성은 전통 금융권과 비교했을 때 현저히 낮다. 과도한 레버리지가 이미 다 씻겨나간 가상자산 시장과 이제 막 레버리지 문제가 표면화되고 있는 전통 금융권을 비교하면 2023년 남은 기간 어느 시장에 더 큰 상승 잠재력이 존재하는지의 판단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Figure 18).
Figure 18: 중소은행, CeFi, DeFi 유동성 위기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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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출처: https://xangle.io/research/detail/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