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발전은 모두에게 언제나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을까?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쇠퇴하는 산업, 기업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블록체인 기술은 은행에 가장 위협이 되는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금융 당사자 간의 거래에서 신뢰를 보증하고 거래를 중개하는 역할을 맡는 은행 본연의 역할을 축소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주요국이 개발 경쟁에 나서고 있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는 시중은행 업무에 제약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고 하지 않던가. 신한은행은 지난 2017년 은행권 최초로 전담조직을 구성해 블록체인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위협적인 기술을 포용해 오히려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미래를 탐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조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장현기 본부장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편집자 주>
Q. 현재 회사에서 맡고 계신 업무와 간략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삼성전자, IBM, SK에서 모바일 플랫폼, 유비쿼터스 기술, 인공지능(AI) 연구를 진행했으며, 2017년부터 신한은행 디지털R&D센터를 맡고 있는 장현기 본부장입니다. 센터는 디지털 신기술을 바탕으로 신규혁신모델을 발굴해 추진하는 미션을 가지고 있습니다. AI와 블록체인 기술을 중심으로 연구하고 사업화하는 조직으로, 블록체인은 은행권 최초로 2017년부터 전담 조직화해 운영되고 있습니다.
Q. 블록체인 기술과 서비스에 언제부터 왜 관심을 두게 되었습니까? 아울러 블록체인 기술이 어떤 장점과 매력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블록체인은 2015년부터 관심 있게 지켜봤지만, 실질적으로 깊이 있게 연구한 것은 신한은행에서 블록체인랩을 맡고 난 뒤였습니다. 역설적으로 은행에 가장 위협이 되는 기술을 은행에서 연구하는 것이 흥미로웠고, 현실적으로 적용할 분야를 찾기 위해 고민하면서 블록체인 기술의 본질을 잘 알게 된 것 같습니다.
블록체인을 구성하는 주요 기술은 기존에 모두 존재하던 것의 절묘한 결합이라고 생각합니다. 중앙의 통제 없이 제3자와의 거래를 완벽한 보안 아래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이 블록체인의 매력이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합니다.
Q. 신한은행이 연구 또는 개발 중인 블록체인 서비스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소개 부탁드립니다.
신한은행은 국내 환경에서 적용하기 힘든 암호화폐 같은 분야를 벗어나, 은행 프로세스 내부와 외부 기관과의 관계 속에서 페인 포인트(pain point)를 제거하는 영역에 관심을 가지고 여러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파생상품 거래에서 외부 브로커와 전화나 메일로 주고받는 정보를 블록체인으로 처리해 효율성을 검증했고, 의사 대상 대출 상품인 닥터론을 대한병원의사협의회와 블록체인을 통한 자격검증 서비스를 출시해 실시간 처리가 가능하게 했습니다.
최근에는 정책자금 관련해서 소상공인진흥공단(이하 소진공)과 협약해 서류 제출 단계를 간소화해 처리할 수 있도록 블록체인 기반 정책자금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또, 외부 기관과의 협력 관점에서 분산신원인증(DID) 관련 여러 컨소시엄과 서비스 준비를 진행하고 있으며, 디지털 자산관리 분야에 대한 R&D도 진행 중입니다.
Q. 신한은행의 프로젝트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고 어떤 변화가 있었습니까?
신한은행 블록체인 사업의 특징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은행 내부 프로세스와 외부 기관 간의 정보처리 단계에 블록체인 플랫폼을 도입해 효율화를 추진하는 데 있습니다.
행 내에서 이에 대한 경험이 쌓여 가면서 여러 현업 부서에서 자신들의 프로세스에 블록체인 기술 적용 여부를 먼저 문의해 오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 점이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멀게만 느껴지고, 아직 상용화하기 어려운 분야로 생각되던 블록체인 기술이 은행 서비스에서 적용되는 사례를 경험하고, 이를 활용해 보려는 내부적인 동력이 가장 큰 수확이라 생각합니다.
Q. 향후 대략적인 연구·개발 로드맵과 상용화 일정은 어떻게 되는지요.
현재 소진공과 추진 중인 정책자금 플랫폼을 하반기 내에 오픈하고, 최근 코로나 등으로 인한 비대면 요건이 강화됨에 따라 이 부분에 대한 연구 개발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이와 더불어 DID 분야의 상용 서비스가 개발되면 국내 은행 최초로 인증기관 역할도 수행할 계획입니다.
Q. 최근 코로나19로 많은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반면에 비대면 문화의 확산으로 블록체인 기술이 기회를 맞이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는데요. 코로나19가 신한은행의 업무 환경과 프로젝트에는 어떤 영향을 주고 있습니까?
앞서 언급한 정책자금을 포함해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신한은행은 혁신금융샌드박스를 통과한 마이아이디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본인 인증 방식 중 하나로 DID를 적용해, 신한은행 모바일 앱인 ‘쏠(SOL)’에 적용할 예정입니다. 이외에도 다양한 인증 사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Q. 블록체인 서비스를 개발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국내 블록체인 관련 정책 또는 산업 현황은 어떻습니까? 우리나라가 블록체인 기술 강국으로 발돋움하려면 어떤 기반이 마련돼야 할 거라고 보십니까?
정부 정책 변화와 법령 제정을 통한 디지털 신기술 활성화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술의 진화 속도를 정책이 따라갈 수 없기 때문에, 화이트 리스트 방식이 아닌 블랙 리스트 방식으로 정책 방향이 전환되기를 바랍니다. 분명히 하지 못하는 것 외에는 가능성을 열어 여러 시도를 할 수 있게 정책을 개방하고, 문제가 될 경우 리스트에 추가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원문: OBCIA 매거진 제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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