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특금법이 통과되며 관련 업계가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의 자산에 대한 용어 변경에 나섰다. 하지만 여전히 저마다 다른 용어 사용으로 시장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의 운영사인 두나무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의 자산을 통칭하는 용어를 '디지털 자산'으로 변경하겠다고 13일 밝혔다.
두나무는 "최근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통과와 함께 업비트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을 통합 지칭하는 용어를 '암호화폐(Cryptocurrency)'에서 '디지털 자산(Digital Asset)'으로 변경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암호화폐를 법적인 자산으로 인정하고 있는 국제적 추세를 반영하는 용어로 '디지털 자산'이 가장 적합한 것으로 판단했다"며 "앞으로 PC 및 모바일 웹, 모바일 앱 등 모든 업비트 플랫폼에 차례로 반영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회원사로 가입해 있는 한국블록체인협회 내부에서는 용어를 가상자산으로 통일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빗썸, 코인원, 코빗 등 국내 4대 암호화폐 거래소가 용어 변경을 검토 중이며, 고팍스는 이미 가상자산(암호화폐)이라는 용어를 병행 표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업비트를 비롯한 국내 거래소들은 비트코인 등의 자산을 지칭하는 용어로 'Cryptocurrency'의 번역어인 '암호화폐'를 사용해왔다. 그러나 특금법 통과를 계기로 용어를 변경하려는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를 포함한 각국 규제당국이 본격적인 암호화폐 제도화에 나섰고, 이에 대한 명칭으로 'VirtualAsset'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국내에서도 '가상자산'이라는 용어의 사용이 확산되고 있다.
개정된 특금법은 암호화폐 대신 가상자산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특금법은 기존 금융기관에만 부여하던 자금세탁방지(AML), 테러자금조달방지(CFT) 의무를 암호화폐 거래소에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특금법은 암호화폐 거래소를 가상자산사업자(VASP)로 명명했다.
두나무는 왜 '가상자산'이라는 용어 대신 '디지털 자산'이라는 용어를 선택했을까?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의 특성이 '화폐'보다는 넓은 의미의 '자산'으로 분류한다는 방향에는 동의한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에 'Virtual'의 직역인 '가상'은 암호화폐가 마치 실체가 없는 것처럼 인식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가상'이라는 용어 대신 '디지털'이라는 용어를 선택했다고 두나무 측은 설명했다.
실제로 정부는 그동안 암호화폐가 실체가 없고, 투기적 성격이 강하다는 이미지를 대중에 심기 위한 의도로 '가상'이라는 표현을 꾸준히 사용해온 바 있다. 이후 정부는 가상자산이라는 용어가 자리 잡기 전까지 '가상통화'라는 용어를 사용해왔다.
지난 2018년 초, 암호화폐 투기를 잡겠다며 '거래소 폐쇄' 카드를 언급했던 당시 박상기 법무부장관은 통화라는 명칭마저 바꾸고자 '가상증표'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정부가 이처럼 암호화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내자 업계는 '가상'이라는 표현 대신 기술적 의미를 강조하는 '암호'라는 표현으로 대체해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현재까지 가장 널리 사용되는 표현이 바로 '암호화폐'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암호화폐의 성격에 따른 정의, 이를 포괄하는 용어에 대한 논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가상'인지 '암호'인지 용어 논쟁은 제쳐두고라도,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이 화폐인지 자산인지에 대한 정의도 명확하게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 산하 국제회계기준(IFRS) 해석위원회는 "비트코인 등이 거래 상대방에게서 금융자산을 수취할 계약상의 권리와 같은 금융자산의 정의를 충족하지 못한다"며 화폐로 볼 수 없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이에 암호화폐를 무형자산 내지 재고자산으로 분류하기로 했다.
반면에 최근 프랑스 법원은 비트코인을 '통화(currency)'로 분류했다. 법원은 비트코인을 법정화폐와 같은 대체 및 상호교환 가능한 자산으로 정의내렸다. 독일은 비트코인을 금융상품으로 분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독일 금융감독당국인 바핀(BaFin)은 비트코인이 "자연인 또는 법인에 의한 교환매체로 인정되며, 전자적으로 전달, 저장, 거래할 수 있다"고 정의했다.
이처럼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혼란한 상황이 이어지자 업계는 저마다의 이유로 용어 사용을 확정해 사용하는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저마다 다른 용어를 사용하고 있어 어떤 용어를 사용해야 할지 혼란스럽다"며 "암호화폐 성격에 대한 폭넓은 논의와 합의가 이뤄져야 용어 사용에 대한 혼란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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