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형 퇴직연금 운용사 '피델리티', 연내 비트코인 투자 허용

미국 최대 퇴직연금 운영사인 '피델리티인베스트먼트'가 퇴직연금 일부를 비트코인에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할 계획이다.

지난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피델리티는 올해 중반부터 미국 퇴직연금 401(k)의 투자 옵션으로 비트코인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401(k)는 기업이 직원 급여의 일부를 차감해 투자 계정이나 저축 계정에 적립하는 퇴직연금이다. 급여의 3~40%까지 적립가능하며 세금 공제 혜택이 있다. 우리나라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과 비슷한 제도다.

피델리티는 2만3000개 기업의 퇴직연금을 관리하고 있다. 해당 연금에 2000만 명 이상이 참여하고 있고, 관련 운용 자산은 2조7000억 달러에 달한다.

피델리티는 퇴직연금에 비트코인 투자 옵션을 추가한 것이 고객 수요에 따른 것임을 강조했다. 피델리티는 "젊은 직원을 둔 고용주들을 중심으로 퇴직연금의 비트코인 투자 노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다양한 업종, 다양한 규모의 고객사들이 해당 옵션을 평가 중"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장기 투자 전략으로 암호화폐에 투자하고자 하는 개인 투자자도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데이브 그레이 피델리티 직장퇴직연금 총괄은 "투자자들을 위한 다양한 제품과 투자 솔루션이 필요하다"면서 "장단기적으로 미래 세대가 암호화폐 투자를 고려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피델리티는 향후 비트코인 외 기타 암호화폐를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암호화폐가 위험자산인 만큼 퇴직연금의 할당율을 제한하고 고객에게 내재 위험성과 변동성에 대한 교육자료를 제공하는 등 주의를 기울일 계획이다.

피델리티에 따르면 고용주는 암호화폐 투입 비중을 20% 이내로 설정할 수 있다. 근로자도 전체 계좌 잔액의 최대 20%까지만 디지털 자산 계좌로 이체할 수 있다. 계좌 입출금 빈도 역시 제한된다. 그레이 총괄은 "해당 옵션은 비트코인을 장기적인 퇴직 저축 방안으로 보는 투자자의 관점에서 설계한 것이지, 장중 거래나 시장 변동성에 따른 거래를 위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미국 노동부는 "퇴직연금 투기 자산 노출 우려한다"

미국 노동부는 근로자의 노후 보장을 위한 퇴직연금을 가격 변동이 큰 암호화폐에 노출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비트코인은 27일 현재 전날 대비 6.14% 하락하며 3만 8123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올 들어 15%, 1년간 27% 하락했다.

지난 3월 10일 노동부는 "다수의 기업이 401K 플랜에 암호화폐 옵션을 추가한다는 마케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사기, 손실 등 위험성을 가진 자산을 추가하는 것은 퇴직연금에 상당한 위험과 도전을 가져오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퇴직연금 투자 옵션에 암호화폐를 추가하기 전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면서 "암호화폐를 투자 옵션으로 하는 연금을 예의주시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피델리티는 "투자 옵션을 신중히 결정하는 것은 연금 수탁자, 즉 고용주의 몫"이라면서 노동부에 이같은 지침을 철회해줄 것을 요구하는 서신을 전달한 상태다. 피델리티는 "노동부가 연금 수탁 의무를 가진 고용주에게 평가를 맡기지 않고, 투자 자산에 대한 투자가 '부주의하다'는 것을 인상을 준 것은 과도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퇴직연금 비트코인 투자, 암호화폐 제도화 앞당길까

피델리티가 암호화폐를 퇴직연금 투자 옵션으로 받아들인 첫 금융기관은 아니다. 지난해 6월 미국 401(K) 서비스 업체인 포어스올(ForUsAll)은 퇴직연금의 5%까지 암호화폐에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55억 달러 규모의 휴스턴 소방관 퇴직연금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에 투자하기도 했다.

하지만 피델리티가 미국 최대 퇴직연금 운용사인만큼 시장은 상당한 파급력을 기대하고 있다. 피델리티는 암호화폐 시장 수요를 확인하고 2018년 헤지펀드 및 전문 투자자를 위한 암호화폐 거래·수탁 사업을 시작해 암호화폐 시장 내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피델리티에 따르면 약 8000만 명의 미국 개인투자자들이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고, 미국 대학 기부재단 등 다수의 기관들이 암호화폐나 관련 펀드에 투자하고 있다.

피델리티의 행보가 다수의 고용주나 관련 금융 업계에 확산될지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12만 BTC 이상을 보유한 나스닥 상장사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피델리티의 해당 연금 옵션을 이미 약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유명 헤지펀드 스카이브릿지캐피탈의 CEO인 앤서니 스카라무치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퇴직연금 플랜에 비트코인 투자 옵션이 가능해지면 즉시 이를 이용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반면, 피델리티의 주요 경쟁사인 뱅가드 그룹은 이같은 행보를 따라갈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뱅가드 측은 "퇴직연금에 암호화폐 옵션을 제공할 계획이 없다"며 "현재 암호화폐는 투기성이 강하기 때문에 장기 투자에 맞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원문 출처: https://www.tokenpost.kr/article-916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