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이 국내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FIU는 지난 2021년 9월 실시된 특별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른 사업자 신고를 마친 29개 가상자산사업자 중 암호화폐 거래소를 운영하는 24개 사업자에 대한 거래현황 등을 조사해 분석 결과를 내놨다.
2022년 3월 2일 FIU에 따르면 2021년 12월 31일 기준 국내 암호화폐 시장의 전체 규모는 55조 2000억 원을 기록했다. 조사 기간 중 총 거래액은 2073조 원 수준이었으며 하루 평균 거래 규모는 11조 3000억 원으로 나타났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전체 거래 중 95%가 원화 거래가 가능한 4대 거래소(업비트, 코빗, 빗썸, 코인원)에서 이뤄졌다는 점이다. 원화마켓의 하루 평균 거래액은 10조 7000억 원 규모였으며 원화거래가 불가능한 코인마켓의 경우 일 평균 6000억 원의 거래만이 이뤄졌다.
거래액뿐만 아니라 거래소별 취급하는 암호화폐의 개수 역시 원화마켓에 편향되는 모습을 보였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암호화폐는 총 1257개였으며, 거래소별 중복을 제외하면 총 623종의 암호화폐가 거래된 것으로 확인됐다.
거래소별 취급한 암호화폐의 평균 종류 수는 55종이었지만, 원화마켓이 취급한 암호화폐의 종류는 평균 156개인 것에 반해 코인마켓의 평균 개수는 33개로 약 5배 정도의 차이를 보였다.
이러한 원화마켓 중심의 시장 재편은 거래소 별 영업이익에서도 극적으로 나타났다. 2021년 전체 거래소들의 영업이익을 살펴보면 원화마켓 거래소들의 경우 평균 3조 35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반면 코인마켓은 평균 22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특히 9개사의 코인마켓 거래소는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암호화폐 시장은 유독 단독상장 암호화폐가 많았는데, 국내 거래소에 상장된 623종의 암호화폐 중 특정 거래소에서만 거래되는 단독상장 암호화폐는 403종이었다. 이는 전체 암호화폐 중 65%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보통 단독상장 암호화폐의 경우 원화마켓 보다는 코인마켓에 상장됐으며, 코인마켓에 상장된 전체 암호화폐 중 단독상장 암호화폐는 75%를 차지했다. 반면, 원화마켓에서는 단독상장 암호화폐 비중이 12%에 불과했다. 특히 FIU는 "단독상장 암호화폐의 경우 최고점 대비 가격하락율(MDD)이 70% 이상으로 투자 시 유의해야 한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암호화폐 투자자의 연령 비율은 30대에서 40대가 전체 58%로 가장 많았으며, 56%의 투자자들은 100만 원 이하의 규모로만 투자를 진행했다. FIU는 이번 암호화폐 시장 실태조사를 발표하면서 "국내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첫 조사결과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으며, 향후 반기별로 정기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해 국내 암호화폐 시장에 데이터를 축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번 조사 결과에서 도출할 수 있듯, 국내 암호화폐 시장이 결국 원화마켓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형중 고려대 암호화폐연구센터 센터장은 "최근 유력 대선 후보들이 암호화폐 시장 육성을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실명계좌 인증을 통한 원화거래 가능 여부는 결국 시장을 억제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면서 "진정으로 암호화폐 시장 육성을 희망한다면 실명계좌 인증 제도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문 출처: https://www.tokenpost.kr/article-855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