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국제 사회의 불안감이 커진 가운데, 비트코인이 급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금융 제재로 인해 경제적 고립이 예정된 러시아와 전쟁 위기에 전통적인 시스템이 불안정해진 우크라이나가 암호화폐를 피난처로 삼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2년 2월 28일 3만 8000달러선 부근에 있던 비트코인은 이틀간 20%가량 급등하며 4만 4400달러를 상회하고 있다. 3월 2일 오전 9시 20분 현재 전날 대비 2.41% 상승세를 유지하며 4만 4486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빠르게 침몰하는 러시아 경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공을 감행한 이후 미국과 유럽은 강력한 경제 제재에 나섰다. 주요 러시아 은행을 SWIFT 결제 네트워크에서 축출했고, 러시아 핵심 인사들의 해외 자산을 동결했다.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인 비자와 마스터카드도 러시아 은행 지원을 중단했다. 

이같은 조치는 극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 러시아 경제는 빠르게 무너졌다. 루블화 가격은 30%나 급락해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물가도 이미 중앙은행 목표치의 두 배를 넘은 상황이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나섰다. 충분한 자본과 유동성이 있다고 주장했으며, 금리를 20%로 인상하는 방안을 발표하는 등 인플레이션 통제에 들어갔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2014년 크림반도 침공 당시와 마찬가지로 러시아가 장기적인 경제 침체에 들어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암호화폐, 정치적 안전지대? 

전쟁 위기에 놓인 우크라이나에 동아줄이 됐던 암호화폐는 러시아에도 동일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정부와 엘리트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전 세계 금융 제재가 암호화폐 채택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미국 AP통신도 러시아가 루블화 가치 폭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에너지 판매, 금, 중국과의 관계 등과 함께 '암호화폐'에 의존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실제로 러시아의 대규모 암호화폐 채택을 나타내는 움직임들이 확인되고 있다. 코인메트릭스에 따르면 1000 BTC 이상 보유한 '고래' 월렛 수는 2월 27일 2127개에서 2월 28일 2266개로 7% 급증했다. 이는 2021년 6월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100 BTC 이상 보유 월렛 수도 1.3% 늘었다. 

전쟁 발발 이후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 내 루블 거래량도 급증했다. 바이낸스의 루블화 거래량은 전쟁 전 하루 평균 1100만 달러에서 전쟁 이후 3580만 달러까지 증가했다. 

바이낸스는 2월 28일 러시아와 벨라루스 이용자 계정을 차단해달라는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의 요청에 대해 거절 의사를 밝힌 상태다. 거래소는 "러시아 국민의 암호화폐 접근을 일방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암호화폐의 존재 이유에 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 업계 관계자는 "루블화 거래쌍을 이용할 수 있는 거래소에 상당한 수요가 집중되고 있다"면서 "SWIFT의 러시아 배제 움직임이 전 세계로 확산되는 가운데 암호화폐 거래소가 일종의 오아시스가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러시아뿐 아니라 우크라이나에서도 전례 없는 수준으로 암호화폐를 사들이고 있다. 암호화폐 연구업체 아케인리서치(Arcane Research)는 3월 1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바이낸스에서 은행 시스템 붕괴를 우려한 우크라이나 이용자의 테더·비트코인 매입량이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3월 1일 기준 24시간 동안 우크라이나 법정통화 흐리브냐와 테더 거래쌍의 거래량은 약 850만 달러 규모에 달했다. 해당 거래쌍의 거래량은 지난 6주간 300만 달러를 넘은 적이 거의 없었다. 흐리브냐와 비트코인 거래쌍의 24시간 거래량은 러시아 침공 전 약 100만 달러에서 현재 300만 달러로 증가했다. 

우크라이나는 정부 차원에서도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 테더(USDT), 폴카닷(DOT) 등 암호화폐를 통한 기부금을 받고 있다. 

디지털 금 위상 회복하는 암호화폐 

암호화폐는 전쟁 위기 속에 정치적인 피난처로 역할하며, 안전자산으로서의 잠재력을 입증했다. 불안정한 국제 정세에 하락 중인 증시와 분리된 움직임을 보이며, 이같은 관점은 더욱 힘을 받고 있다. 

왈리드 쿠드마니(Walid Koudmani) XTB마켓 애널리스트는 "비트코인은 "러-우크라이나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비트코인이 안전 자산의 지위를 다소 회복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재무설계자문기업 드비어 그룹(deVere Group)의 CEO인 나이젤 그린(Nigel Green)도 "암호화폐가 실행가능한 대안책인 것이 판명됐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속에 전 세계가 전통 시스템의 대안을 찾고 있고, 암호화폐는 신뢰할 수 있고 실행 가능한 대안이 됐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리스크로 인한 미 연준의 금리인상 가능성 약화도 비트코인 상승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비트코인이 2021년 11월 최고점 대비 가치를 절반가량 손실했던 배경에는 미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상 계획이 있었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전 세계를 불안하게 만들었고, 연준이 자신있게 금리를 인상할 수 있는 기반을 흔들고 있다. 이에 시장에서는 연준의 금리인상 폭과 횟수가 줄어들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유가 상승으로 물가상승률이 더 높아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공격적인 금리인상 정책을 펼친다면 증시는 더욱 폭락할 위험이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원문 출처: https://www.tokenpost.kr/article-85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