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총액 1위 암호화폐 비트코인의 세번째 반감기가 진행됐다. 하지만 시장이 기대했던 가격 상승은 이뤄지지 않았다.
비트코인 네트워크는 한국시간으로 12일 오전 4시 23분경 63만번째 블록을 생성하며 3번째 반감기에 돌입했다. 반감기란 블록 생성에 따른 채굴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시기를 말한다. 이번 반감기로 채굴 보상은 12.5BTC에서 6.25로 줄게 됐다.
비트코인의 창시자로 알려진 익명의 인물 나카모토 사토시는 비트코인의 총 발행량을 2,100만 개로 설정하고, 약 4년마다 반감기를 거치도록 설계했다. 이를 통해 신규 발행되는 통화량을 절반으로 줄여 인플레이션을 방지하고, 비트코인의 희소성이 높아지도록 만들었다.
이러한 이유로 반감기는 시장에서 호재로 인식된다.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따라 늘어나는 수요에 비해 시장에 새로 공급되는 비트코인의 양은 시간이 지날수록 제한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의 기대와 달리 놀랄만한 가격 상승은 이뤄지지 않았다. 오히려 소폭 하락하며 실망을 자아냈다.
12일 오후 1시 30분 토큰포스트마켓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전날보다 0.06% 하락한 8,694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주말 1만 달러 문턱에 다다르며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를 높였던 비트코인은 지난 10일 급락해 8천 달러 중반으로 내려앉았다.
비트코인 반감기 가격 영향 장기적으로 봐야
다만 전문가들은 비트코인 반감기에 따른 가격 상승이 당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반감기 진행으로 인한 채굴보상 감소는 즉시 이뤄지지만, 채굴자들이 채굴로 축적한 비트코인을 시장에 내놓고, 시장에 가격 영향을 주기까지는 상당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비트코인 인덱스펀드 제공업체 스택의 렌너드 네오(Lennard Neo) 연구 책임자는 "많은 사람들이 반감기에 따른 가격 상승을 예상하지만 반감기로 인한 단기적 가격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채굴자들의 블록 보상이 줄어드는 것과 시장균형이 맞춰지는 데에는 시간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앞서 비트코인은 지난 두 차례의 반감기에서 가격이 단기적으로 상승하는 모습과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2012년 이뤄진 첫 반감기에서 비트코인은 가격이 상승했지만, 2016년 반감기에서는 가격이 하락했다. 반면에 두 차례 반감기 모두 6개월이라는 시간차를 두고 보면 모두 크게 상승하는 흐름을 보였다.
이에 따라 많은 전문가들은 앞선 두 차례의 반감기를 근거로 이번 세 번째 반감기의 영향력도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지난 두 차례 반감기와는 상황 달라…그럼에도 '긍정적'
다만 일부에서는 이번 비트코인 반감기가 지난 두 차례의 반감기와 양상이 많이 다를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현재 과거 비트코인 시장 규모가 작았을 때는 채굴자들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컸지만, 현재는 비트코인의 신규 공급량보다는 투자 수요가 가격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에서다.
또 코로나19로 인한 실물경기 침체, 글로벌 경제 위기와 같은 외부 요인이 비트코인 가격 영향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지난 3월 코로나19가 미국과 유럽을 강타하며 미 증시가 폭락하자 비트코인 가격도 동반 하락해 40%에 가까운 가격 폭락을 경험한 바 있다.
그럼에도 다수의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의 장기적 전망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실물경제 위기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무제한 양적완화 정책을 불러왔고, 이로 인한 통화 가치의 하락은 비트코인 수요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반감기 직전 62만 9999번째 블록을 채굴한 채굴풀 F2풀(F2Pool)은 해당 블록에 뉴욕타임즈 기사 제목을 메시지로 넣었다. '2,800조원을 투입하는 연준의 계획은 2008년의 구제안을 넘는다(With $2.3 Trillion Injection, Fed’s Plan Far Exceeds Its 2008 Rescue)'라는 지난 4월 기사다.
△62만 9999번째 블록에 새겨진 F2풀의 메시지
F2풀의 해당 메시지는 돈을 찍어내는 방식의 연준의 코로나19 경기부양책을 비판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나아가 비트코인 커뮤니티가 탈중앙화라는 철학을 계승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시도로 풀이할 수 있다. 앞서 비트코인의 창시자 나카모토 사토시도 은행의 양적완화를 다룬 뉴스 기사 제목을 비트코인의 시초 블록에 새긴 바 있다.
창펑자오 바이낸스 대표는 지난 3월 공식 블로그를 통해 전 세계 금융시장을 침몰하는 '타이타닉호'에, 비트코인을 '구명 튜브'에 비유했다.
그는 "미 연준이 돈을 찍어내고 있지만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지 않는 것은 시장의 비효율성, 즉 변화가 경제에 미치는 속도가 느리기 때문"이라며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현재 금융시스템은 망가져 있으며 비트코인이 그것을 고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트멕스 리서치도 같은 달 보고서를 통해 "연준의 극단적인 정책은 경제 구조 변화의 주요 동인이 되고 있어, 이같은 상황에 대한 대응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불러올 것"이라며 "비트코인은 향후 금융 충격에 대한 대응과 급격한 인플레이션 여파에서 사상 최대의 큰 기회를 맞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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