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멀다하고 외신을 통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관련 뉴스가 전해지고 있다. 중국과 프랑스, 영국, 일본을 비롯해 캄보디아, 케냐와 같은 개발도상국 중앙은행도 CBDC 연구와 개발에 나서고 있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아직 일반인들에게는 먼 미래 얘기로 들리는 CBDC지만 각국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음을 실감하게 한다. 부산 블록체인 규제자유트특구 1주년을 맞아 진행된 '디지털혁신 컨퍼런스 2020'에서 CBDC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한 김광현 의장을 통해 최근 가장 뜨거운 글로벌 이슈인 CBDC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주>

Q. 이번 컨퍼런스에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주제로 발표하셨는데, 그야말로 요즘 가장 뜨거운 주제인 것 같습니다. 최근 들어 갑자기 왜 CBDC가 화두가 된 건가요? 눈여겨 볼만한 CBDC 관련 동향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제가 이번 컨퍼런스에서 CBDC를 주제로 발표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CBDC가 큰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처럼 금융이 발전돼 있고, 금융 안정성이 상당히 높은 국가는 이미 지폐를 디지털화시켜서 온라인 쇼핑과 송금 등에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CBDC가 나온다고 해도 그렇게 큰 영향은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일부 은행 지점이라든지 증권사 지점같이 현장 입출금 관련 일을 하는 분야에서는 상당한 영향력이 생길 것 같아요.

반면에 동남아나 아프리카처럼 계좌 개설률이 낮고 지폐 사고가 많은 지역에서는 CBDC가 아주 강력한 사회적인 반향을 일으킬 거라고 생각합니다. 또 국가별로는 금융이 덜 발달한 저개발국가에서 발전이 될 거라 생각하고요. 또 지금 국제 경제시장이 B2C의 경우 1년에 900조 정도 되는데 이 중에서 최소 10%는 CBDC 결제로 바뀔 거라 생각합니다. 국경 간 거래에서는 CBDC만큼 편리한 결제 수단이 없기 때문이죠.

마지막으로, 달러 패권을 둘러싼 경쟁이 가시화될 거라 생각합니다. 달러가 국제 통화로 자리 잡은 가장 큰 이유가 달러에 대한 유통망, 지폐에 대한 유통망이 달러만큼 발전된 화폐가 없거든요.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 개발도 ‘달러 헤게모니'를 자기들이 대체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거고요. 언론 보도에는 안 나왔지만 중국이 일부 국가와 디지털 위안화 스와핑 작업을 진행하고 있거든요. 다만 그런 국가에서는 미국과의 관계 때문에 구체적인 스왑에 대해서는 공개적 언급을 꺼리고 있고요.

현재 중국은 자국 노동자들이 많이 진출한 국가에서 디지털 위안화를 급여나 결제 수단으로 지급하는 등 디지털 위안화가 중국 내부만이 아니라 해외에서도 유통될 수 있게 만들려고 작업하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CBDC는 미국과 중국처럼 화폐 헤게모니를 두고 경쟁하는 국가, 또 금융이 덜 발달돼 예금 예치율이 낮은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 국가에서 영향이 클 거라고 생각합니다.


Q. CBDC가 일반인들에게는 여전히 생소한 내용인 듯합니다. 여러 나라가 CBDC를 개발한다고 하는데, 그래서 CBDC가 나오면 뭐가 어떻게 되는 건가요?

개인적인 변화보다는 중앙은행이 위기를 가질 수 있을 것 같아요. CBDC는 국제적인 흐름이거든요, 제 생각에는 중국에서 CBDC를 공식적으로 발급하는 순간 6개월 안에 G20 국가는 CBDC를 다 발행할 겁니다. 동남아 시장과 아프리카 시장에 디지털 위안화가 배포되는 것에 미국이나 유럽 다른 국가들이 대응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한국은 네이버페이나 카카오페이 같은 간편결제 서비스가 높은 수준으로 발전해 있는 상황이라 일반인들한테는 큰 변화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역으로 생각해보면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는 한국은행 입장에서는 새로운 화폐를 많은 사람이 써야 하는데, 이러한 서비스들의 틈바구니에서 CBDC의 활용성을 높이는 서비스 경쟁을 해야 하는 부분이 가장 큰 숙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가령 현재 네이버페이의 경우, 상업은행에서 네이버페이에 충전하면 네이버페이에서 1%를 주고, 결제하면 또 1%를 주는 식으로 리워드를 주는데 한국은행 디지털 화폐는 리워드를 줄 수가 없잖아요. 결국 한국은행 입장에서는 새로운 디지털 화폐를 만들었는데 사람들이 사용하지 않고 외면하고 이용율이 낮은 현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은행이 CBDC 관련해 다양한 교통카드나 디지털 화폐, 간편 결제의 장단점을 분석해서 경쟁력 있는 CBDC를 만들어야 많은 국민들이 사용하게 될 것입니다.

Q. 지난 2016년 모디 인도 총리가 블랙머니(black money) 회수를 위해 화폐 개혁을 단행했잖습니까. 고액지폐 유통을 금지하고, 하루에 제한된 액수만 환전할 수 있도록요. CBDC가 이러한 문제에 대한 보완책이 될 수 있을까요?

어떤 면에서는 CBDC가 양날의 칼이 될 것 같아요. 개인들 입장에서는 지금까지 지폐를 사용할 경우, 익명성이 완전히 보장되기 때문에 지하 경제가 사회 경제 주체와 경제활동으로 인정되면서 시스템이 돌아갔는데요. CBDC가 보편화되면 익명성이 일부 파괴되죠. 그렇기 때문에 중앙은행에서는 어느 거래에서 익명성을 보장해주고, 어느 거래 이상은 시스템적으로 자금 추적을 가능하게 할지에 대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국내 지하경제 규모가 지금 나와 있는 규모의 세 배라는 얘기도 있는데, CBDC를 통해 지하경제에 있는 자금이 은행으로 돌아오고, 예금이 기업들에게 대출되면 상당히 큰 경제 효과가 발생할 수 있겠죠. 지금의 금융실명제보다 더 확실한 금융 실명제가 이뤄지는 셈이니까요. 정부와 사회가 함께 CBDC 도입에 따른 파급효과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흥미로운 내용인데요. CBDC 관련한 컨퍼런스를 개최할 계획은 없으신지요? 앞으로 KODIA의 운영 계획과 방향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KODIA가 이번 컨퍼런스를 통해 첫발을 잘 내디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 스텝으로 저희 회원사 사업 중에서 블록체인 특구에서 할 수 있는 사업, 특히 실제 비즈니스와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한 기업들을 선정해 부산시와 특구 사업을 진행하는 것을 협의해나갈 예정입니다. 큰 방향에서의 협의는 마쳤고, 원활한 사업 진행을 위해 부산 쪽 법인을 설립하는 등의 작업을 추진해나갈 계획입니다.

오는 10월에는 CBDC 관련 컨퍼런스를 부산에서 개최할 예정입니다. 지난 컨퍼런스는 CBDC 관련해 두 개 섹션에서 다뤘지만, 다음 컨퍼런스에서는 법률, 교육, 금융 등 다양한 관점으로 다뤄볼 생각입니다. 그래서 CBDC가 어떤 사회 변화를 가져오고,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에 대해 공론화하는 컨퍼런스를 개최할 계획입니다. 또 자금세탁방지(AML), 규제준수(Compliance) 등의 주제로 블록체인 업체들이 특금법 시행을 준비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주제의 세미나도 서울에서 10월이나 11월쯤 중복되지 않게 개최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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