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원이 미국을 제외한 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그램 토큰을 발행하게 해달라는 텔레그램의 요청을 기각했다.

1일(현지시간) 코인데스크 보도에 따르면 미국 뉴욕남부지법 케빈 카스텔 판사는 "토큰을 발행하되 미국 투자자의 손에 들어가지 않도록 하겠다는 텔레그램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면서 이같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2018년 17억 달러를 모금한 텔레그램의 토큰세일이 연방 증권법 위반이라며, 블록체인 'TON' 출시와 토큰 '그램' 발행을 금지시켜 줄 것을 법원에 요구했다.

지난달 24일, 6개월 간의 법정공방 끝에 미국 법원은 SEC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텔레그램은 해당 판결이 "미국 투자자에만 적용되는 내용"이라며 항소장을 제출했다. 기업은 "토큰세일로 조달한 자금 70% 이상이 미국이 아닌 해외 투자자들의 자금"이라며 "미국 사법부와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관할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텔레그램은 미국 연방법이 미국 거래소 상장 증권과 기타 증권의 미국 내 거래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SEC의 조치는 법적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SEC는 수십억 개의 그램 토큰이 유통시장을 통해 미국 시장에 들어올 수 있다면서 국외 발행도 제한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텔레그램은 SEC 관할 대상이 아닌 미국 외 국적 투자자를 대상으로만 그램을 발행하고, 미국 국적자에 대한 재판매 금지 조항, 디지털 월렛의 미국 차단 조항 등 미국 내 유통을 막을 수 있는 보호장치를 두겠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케빈 카스텔 판사는 텔레그램이 초기 매입자와 구매계약만 강조하면서, 법원 의견과 명령의 요지를 놓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판사는 "증권은 구매계약이나 그램 자체가 아니라, 구매계약과 이에 수반되는 암묵적 이해와 합의를 종합한 것"이라며 여기에는 "초기 매입자들이 그램을 일반 시장에 유통할 수 있다는 기대와 의도까지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미국 투자자를 제외시키기 위해 텔레그램이 제안한 조치들도 설득력이 없다고 짚었다.

판사는 텔레그램이 어떻게 토큰 유통을 차단할지, 제한 조항을 넣기 위해 어떻게 구매계약을 합법적으로 수정할 수 있는지 등 실제적인 방안을 내놓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카스텔 판사는 "TON 블록체인은 기본적으로 그램 거래가 익명성을 갖도록 설계됐고, 그런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점도 지적하면서 "투자자들이 단순히 미국 소재지가 없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SEC 관할권 문제에 대해서는 "소송 과정에서 제기된 적이 없는 주장"으로 판결 후 검토하기에는 늦은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블록체인·암호화폐 전문 변호사 가브리엘 사피로는 "판사가 블록체인 기술 특성을 잘 파악하고 있는 것 같다"며 텔레그램이 "요청의 중대성은 축소하고, 제안한 미국 투자자 차단 효과는 과장하고 있다는 사실은 간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변호사는 "텔레그램이 TON 월렛에 실명인증절차를 두겠다고 주장했지만, 판사가 오픈소스 TON 프로토콜을 기반으로 하는 다른 월렛을 통해 그램이 유통될 수 있다는 점도 인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TON 커뮤니티재단'은 법정 금지 명령을 받은 텔레그램 없이 TON을 자체 가동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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