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미국과 유럽을 강타하며 주식시장이 요동치고 있자 미 재무부가 가능한 모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꺼낸 데 이어 금융시장 안정화를 위해 운영시간을 단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융시장 운영시간을 단축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며 "은행 및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논의한 결과 시장을 계속 열어두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최근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시장 불안으로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시장 급등락에 따라 거래가 일시중단되는 '서킷브레이커'는 열흘 새 4차례나 발동됐다.

18일(현지시간) 뉴욕증시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1,338.46포인트(6.30%) 떨어진 19,898.92에 마감했다. 다우지수는 지난 2017년 1월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이후 처음으로 2만 달러 선이 무너졌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131.09포인트(5.18%) 내린 2,398.10에 거래를 마쳤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344.94포인트(4.70%) 내린 6,989.84에 마감했다.

코로나19와 맞물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유가전쟁이 불붙으며 유가도 폭락하고 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24.4%(6.58달러) 하락한 20.3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투자자들이 모든 자산을 팔아치우며 현금화에 나서자 안전자산으로 평가되는 금과 미 국채 가격도 하락했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금은 전날보다 온스당 3.1%(47.90달러) 하락한 1,477.90달러를 기록했다.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미국 국채금리도 0.26%포인트 급등한 1.26%를 기록했다. 채권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한때 10%가량 상승한 85선까지 오르면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 16일에는 2.69로 치솟으면서 2008년 11월 금융위기 당시의 기록(80.74)을 웃돈 바 있다.

시장이 요동치는 상황이 지속되며 정부가 금융시장을 단축 운영할 가능성을 거론하자 시장의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정부가 이처럼 전례 없는 초강경 대응을 하고 있음에도 사태가 진정되지 않을 경우, 시장이 겉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 선물 거래소를 운영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테리 버피 CEO는 "말도 안된다"며 "므누신 장관이 CME, 나스닥 등과 협의 없이 거래시간 단축을 조율하고 있다는 것에 놀랐다"고 밝혔다.

암호화폐 시장에 서킷브레이커 제도 도입 가능할까?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시장은 현재 연중무휴로 24시간 언제나 거래가 가능하다. 암호화폐 예찬론자들은 이러한 시장구조를 기존 주식시장 대비 장점으로 부각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13일 비트코인 가격 폭락을 계기로 분위기가 달라졌다.

지난 13일 비트코인 가격은 전날보다 40% 넘게 하락했다. 하루 만에 3천 달러 이상 폭락했다. 전체 암호화폐 시장의 3분의 2 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비트코인의 폭락으로 알트코인들도 줄줄이 폭락했다. 반면에 이날 주식시장은 10% 수준의 낙폭을 보여 암호화폐 시장에 비해 비교적 충격이 덜했다. 서킷 브레이커 제도 때문이었다.

서킷 브레이커는 주식 시장에서 주식 가격이 급격히 오르거나 하락할 때 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일시적으로 모든 거래를 중단시키는 제도다. 미국의 경우 1987년 블랙먼데이 이후 모든 증권거래소에 도입됐으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 기준으로 7% 이상 출렁이면 발효된다.

일각에서는 24시간 멈추지 않고 쉼 없이 돌아가는 시장구조가 극심한 가격 폭락을 부추겼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주식 시장처럼 '서킷 브레이커'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안정적인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가격 변동성을 억제하는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아나톨리 야코방코(Anatoly Yakovenko) 솔라나 공동창업자는 지난 18일 공식 블로그를 통해 "지난주 암호화폐 시장은 전례없는 폭락장을 경험해 암호화폐 거래소 등 플랫폼은 시스템 장애, 거래 수수료 급등 등 문제를 겪었다"며 "암호화폐 시장에도 탄력있는 서킷브레이커 메커니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투샤르 자인(Tushar Jain) 멀티코인캐피탈 파트너는 "가격 폭락으로 블록체인 트랜잭션이 지연돼 많은 트레이더들이 거래소로 빠르게 자금을 이동시킬 수 없었고 변동성은 더욱 악화됐다"며 "이처럼 암호화폐 가격이 폭락하는 현상이 지속된다면 블록체인 기술의 유용성을 심각하게 제약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주장에 모든 사람이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전문가는 주식 시장과 암호화폐 시장의 환경이 다르고,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기 때문에 서킷 브레이커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다시 말해, 서킷 브레이커 제도가 중앙화된 금융 시스템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서킷 브레이커를 운영하려면 이를 운영할 주체가 필요하다. 소수의 증권거래소를 통해 운영되는 주식시장과 달리, 암호화폐 시장은 거래를 중개하는 수많은 운영 주체(거래소)가 있다. 이들에 획일적인 제도를 도입시켜 운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서킷 브레이커를 발동하는 기준을 정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지적이 따른다.

제이하오 오케이엑스(OKEx) 대표는 "투자자들의 이익을 보호하자는 서킷 브레이커 제도의 취지는 좋지만 이를 실제로 암호화폐 시장에 도입하기는 어렵다"며 "애초에 암호화폐 시장은 변동성이 전통 금융 시장보다 크고 발동 기준을 정하는 것부터 난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암호화폐 시장은 365일 멈추지 않고 열려 있고, 암호화폐 거래를 지원하는 플랫폼 역시 각양각색이다"라며 "모든 플랫폼에 통일된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하지 않는다면 이 또한 의미가 퇴색된다"고 설명했다.

암호화폐 전문 미디어 비인크립토는 "주식 시장의 서킷 브레이커 제도는 중앙집중화된 기존 금융시장의 현실을 보여준다"며 "암호화폐 시장도 유사한 한계가 존재할 수 있지만 탈중앙화 거래소(DEX) 등으로 중앙화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토큰포스트 | info@token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