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의 익명 거래 차단을 준비 중인 유럽연합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인 디지털 유로의 익명 거래에 대해서는 허용적인 입장을 밝혔다. 

파비오 파네타(Fabio Panetta) 유럽중앙은행(ECB) 집행이사는 2022년 3월 30일(현지시간) 의회 경제통화위원회에 디지털 유로 프로젝트 현황을 공유하면서, "디지털 유로 소액 결제에 자금세탁방지 기준을 적용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ECB가 발행하는 디지털 유로의 소액 결제에 대해서는 자금세탁방지 규정 수준을 완화시키고 더 높은 수준의 프라이버시를 지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프라이버시 보장'은 2020년 10월부터 2021년 1월까지 실시한 대중 설문조사에서 가장 바라는 디지털 유로 특징으로 꼽힌 바 있다. 

파비오 ECB 이사는 "디지털 유로 결제에 적용되는 자금세탁방지 규정을 간소화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한 통일된 규제 체계 수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디지털 유로, 유럽 결제 강화"

ECB는 2023년 10월까지 디지털 유로 발행의 필요성을 확인하기 위한 연구를 실시하고 있다. 최종 발행 결정 및 근거 법안은 내년쯤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ECB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디지털 유로 연구의 일환으로 진행한 유럽 결제 선호도 조사 결과도 발표했다. △범유럽 및 온오프 환경에서의 보편적 이용 가능성 △빠르고 손쉬운 결제 △비접촉 방식의 즉각적인 개인 간 결제 △안전 및 보안 △생체 보안 기술 △유연하고 조정가능한 프라이버시 설정 등에 대한 선호도가 확인됐다. 

파네타 이사는 이같은 결과를 언급하며 "디지털 유로는 비접촉 방식으로 즉각적인 결제를 가능하게 하는 보편적이고 안전한 솔루션을 제공해 유럽 결제 시스템을 강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CB는 조사 보고서를 통해 중앙은행이 가장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결제 공급기관이라는 것에 대해 대중이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는 점, 디지털 유로가 현금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라는 점 등도 나타냈다. 

"암호화폐에 덜 관용적 접근방식 취해야"

한편, 파비오 파네타 ECB 이사는 암호화폐와 CBDC에 대한 상당한 온도차를 드러냈다. 

파네타 의원은 이날 비트코인 관련 질의에 답변하면서 "정책 입안자들이 비트코인 같은 기술에 덜 관용적인 접근법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ECB 이사는 "비트코인 같은 활동은 순전히 도박이며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암호화폐는 결제 수단으로 사용할 수 없고 기반 경제 활동도 없는 것으로, 사회적 역할이 없다"고 비난했다. 

파네타 이사는 "이러한 활동에 개입해 덜 관대한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사회적 관점에서 이상적일 것"이라면서, "문제는 어떻게 개입하느냐인데, 결국 국제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얼마전 작업증명(PoW) 같은 암호화폐 금지를 논의했던 유럽연합은 현재 암호화폐 소액 결제의 익명성을 원천 차단하는 방법까지 논의 중이다. 자금세탁 및 테러자금조달 방지(AML/CFT)를 위해 모든 금융거래에는 '신원인증(KYC)' 의무를 적용하는데, 최소 기준 금액이 약 1000유로다. 

하지만 유럽의회에서는 "자금을 소액으로 분할해 악용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암호화폐와 관련해서는 이같은 최소 기준 금액을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해당 규제안은 가까운 시일 내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다.

원문 출처: https://www.tokenpost.kr/article-888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