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 9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디지털자산의 책임 있는 발전을 보장하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2021년 1월 취임 이후 82번째 행정명령이며, 대통령이 암호화폐 규제를 직접 언급한 이례적인 사건이다. 정부가 연방기관에 원하는 구체적인 정책 방향을 제시하거나 암호화폐 업계에 새로운 규제를 부과한 것은 아니지만, 정부가 공식적으로 암호화폐를 거론하고 연방기관에 관련 규제 조율을 지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백악관은 행정명령에 대한 설명문(fact sheet)을 홈페이지에 게재하며 산업에 대한 정부 입장을 공식화했다. 암호화폐의 빠른 성장을 인정하면서 범정부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혁신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고 국가 경쟁력과 리더십을 강화하려면 금융 시스템이나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거나 자금세탁·제재회피 등에 악용되지 않도록 충분한 감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백악관은 해당 설명문에서 암호화폐를 포함한 디지털 자산의 시가총액이 5년 전 140억 달러에서 2021년 11월 3조 달러까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는 점, 미국 성인의 16%에 해당하는 약 4000만 명이 암호화폐를 투자·거래하고 있다는 점, 전세계 100여 개 국가에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연구하거나 시범 운영하고 있다는 점 등을 거론했다. 

미 행정부는 "디지털 자산의 부상은 글로벌 금융 시스템과 기술의 최전선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강화할 기회를 제공하면서도 소비자 보호, 금융 안정성, 국가 안보, 기후 위험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면서, "(이번 행정명령은) 디지털 자산과 기반 기술의 잠재 위험을 해결하고, 잠재 이익을 활용하기 위해 해당 분야에 대한 최초의 범정부 차원의 접근방식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혁신을 지원하는 동시에 소비자, 기업, 광범위한 금융 시스템, 기후에 대한 위험을 완화시켜 빠르게 성장하는 부문에서 미국이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함"이라면서 "산업이 민주적 가치와 글로벌 경쟁력에 부합해 발전하도록 국제 협력과 글로벌 거버넌스에서 미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정명령, 투자자·국가안보 등 6가지 우선순위 

행정명령은 △소비자·투자자 보호 △금융안정성 △불법금융 △글로벌 금융 시스템과 경제적 경쟁력에서의 미국 리더십 △금융포괄성 △책임 있는 혁신 등 6가지 주요 우선순위에 걸친 디지털 자산에 대한 국가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소비자·투자자 보호를 위해 재무부와 기타 협력기관은 디지털 자산 성장과 금융 시장 변화가 가져올 영향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 권고안을 평가·개발한다. 행정명령은 "당국이 디지털 자산이 야기할 금융 리스크를 감독·방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투자자 보호는 행정명령의 최우선 목표"라면서 "이를 위해 디지털 자산 기반 기술을 이해하고 기존 금융 시스템의 취약점을 파악하는 작업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또 "행정명령이 거시경제 위험뿐 아니라 암호화폐를 취급하는 개인, 투자자, 기업에 영향을 미칠 미시경제적 위험까지 이해하기 위한 종합적인 범정부 차원의 접근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 안정성 보장 및 리스크 완화를 위해 금융안정성감독위원회(FSOC)는 디지털 자산이 경제 전반에 미칠 금융 위험성을 식별·완화하고, 규제 격차를 해결하기 위한 적절한 정책 권고안을 개발한다. 

불법금융 억제와 국가안보 보장을 위해 행정명령은 모든 유관기관에 유례 없는 공동 대응을 지시했으며 국제 협력 또한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디지털 자산 네트워크의 자금세탁방지 규정 이행 부족을 생태계의 가장 큰 취약점으로 보고 있으며, 암호화폐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 국가안보와 관련돼 있다는 사실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를 위해 이미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 등은 암호화폐 관련 부서를 신설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정부 관계자는 "이번 행정명령은 미국이 글로벌 금융·기술 표준을 수립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은 동맹국과의 협력을 통해 포용적이고 민주적 가치와 일치하는 디지털 자산 시스템의 미래를 보장하고, 세계 금융 시스템의 무결성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경쟁력과 주도권을 지키기 위해 상무부는 디지털 자산 기술 활용에 대한 프레임워크를 마련하게 된다. 해당 프레임워크는 모든 기관의 디지털 자산 정책, 연구, 개발, 운영의 기초가 될 예정이다. 

공정한 금융 접근성을 촉진하기 위해 안전하고 경제적이며 접근 가능한 금융 서비스에 대한 필요성을 확인한다. 이를 위해 재무부 장관은 모든 유관기관과 협력해 '화폐와 결제 시스템의 미래'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하게 된다. 디지털 자산이 경제 성장, 금융 성장, 금융포괄성, 국가안보, 기술 혁신에 미칠 영향 등을 다룰 예정이다. 아울러, 기존 금융 시스템의 어떤 부분이 소비자 수요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지 등도 확인하게 된다. 

기술 발전 지원 및 책임 있는 발전 보장을 위해 미국 정부는 책임 있는 디지털 자산 시스템 발전을 연구·지원하기 위한 구체적인 단계를 밟는다. 프라이버시, 보안, 불법 이용 방지, 부정적인 환경 영향 감소 등에 우선순위를 둘 방침이다. 

디지털 달러 연구에 대해 행정부는 "CBDC 발행이 국익에 부합한다고 간주될 경우, 연구·개발에 긴급성을 두겠다"고 밝혔다. 행정명령은 연방기관에 CBDC에 필요한 기술 인프라와 역량을 파악할 것을 지시하고 있다. 연준에도 CBDC 연구, 개발 및 평가 작업을 지속할 것을 권고했다. 

백악관은 "행정부는 위험을 방지하고 책임 있는 혁신을 이끄는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여러 기관 및 의회와 계속 협력할 것"이라면서 "동맹 국가 등과 함께 국가안보 위험에 대응하는 조정된 국제 역량을 개발하고 민간 부문과 기술 발전을 연구·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업계 반응 대부분 '긍정적' 

재닛 옐런(Jane Yellen) 미 재무장관은 "바이든의 역사적인 행정명령은 디지털 자산 정책에 대한 포괄적인 접근을 요구한다"면서 "이러한 접근방식은 국가, 소비자, 기업에 상당한 이익을 주는 책임 있는 혁신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 자산의 불법 금융 위험을 해결하고 소비자와 투자자를 보호하며 금융 시스템에 가해질 위협을 예방할 것"이라면서 "재무부가 금융과 결제 시스템의 미래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부처 간 협력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디지털 자산의 금융안정성 위험을 평가하고 적절한 보호책이 있는지 평가하기 위해 금융안정성감독위원회를 소집할 계획도 밝혔다. 국제 파트너와 협력해 강력한 표준과 공정한 경쟁의 장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엘리자베스 워런(Elizabeth Warren) 상원의원은 "바이든 대통령이 암호화폐의 위험을 부각시킨 것은 옳은 일"이라면서 "더 늦기 전에 미국 정부가 강력한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신시아 루미스(Cynthia Lummis) 상원의원은 "자금세탁과 싸우고, 국가안보를 지키려는 대통령의 열망에는 동의한다"면서도 "행정명령은 압도적으로 많은 디지털 자산 사용자들이 법을 준수하고, 기존 금융 시스템을 더욱 개선하려고 노력한다는 점을 놓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암호화폐 업계는 이번 행정명령을 '정부가 암호화폐 산업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사건'으로 보고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코인베이스, 제미니 등 주요 거래소가 참여하는 암호화폐 기업 연합 '크립토혁신위원회(CCI)'는 "이번 행정명령은 독창적이고 정보에 입각한 접근방식"이라면서 "규제 명확성, 책임 있는 금융 혁신, 보다 포괄적인 경제로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제이크 체르빈스키(Jake Chervinsky) 미국 블록체인협회 정책 총괄은 "업계의 주요 관심사는 규제가 성급히 마련되거나 기존에 없었던 불리한 제한 조치가 나올 것인지 여부였으나 행정명령에는 이런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면서 "이번 발표가 암호화폐 업계의 우려를 크게 덜어줬다"고 말했다. 

라이언 셀키스 메사리 창업자는 "업계에 큰 이정표를 세웠다"며 "바이든 정부의 접근 방식이 사려깊었고 자제력이 돋보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주요 규제기관이 향후 수개월 내 규제를 제시하겠지만, 이 역시 긍정적 발전"이라고 덧붙였다. 

제레미 얼레어(Jeremy Allaire) 서클 CEO는 이번 행정명령이 정책 입안자과 업계가 중대한 사안을 논의할 수 있는 큰 기회를 열었다고 극찬했다. 샘 뱅크먼 프라이드(Sam Bankman-Fried) FTX CEO도 "건설적인 행정명령을 통해 암호화폐 이용자 보호와 시장 경쟁력을 논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브래드 갈링하우스(Brad Garlinghouse) 리플 CEO는 "암호화폐에 대한 접근방식을 조정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정부가 인정했다는 게 놀랍다"면서 "업계에 큰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문 출처: https://www.tokenpost.kr/article-864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