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비트가 2년 넘게 막혔던 신규 회원 실명계좌 입출금 서비스를 재개한다. 인터넷은행 케이뱅크와 협력하면서 실명계좌 발급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실적 부진을 겪고 있던 케이뱅크는 국내 대표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를 통해 회원 증대를 꾀하고, 업비트는 실명계좌 발급 문제를 일거에 해소했다. 관련 업계에선 서로의 이해관계가 절묘한 하모니를 이룬 윈윈(win-win)이란 평가를 내리고 있다.

2년 만에 재개된 신규 회원 실명계좌 지원

업비트는 홈페이지를 통해 케이뱅크와 손잡고 23일부터 신규 회원 실명계좌 발급을 재개한다고 공지했다. 케이뱅크와 제휴하면서 기존 IBK기업은행 계좌는 오는 7월 24일까지만 지원된다. 기존 회원이 서비스를 계속 이용하려면 케이뱅크에 새 계좌를 발급받아야 한다.

업비트가 신규 회원 실명계좌 발급이 중단된 것은 지난 2018년 초 정부당국의 거래실명제 발표 이후부터다. 정부당국은 2017년 하반기부터 몰아친 가상자산 열풍을 막고자 시중은행을 압박, 거래소의 실명계좌 발급을 막는 고강도 조치를 취했다.

다만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기존 실명계좌 지원이 가능했던 4개 거래소는 자격을 유지했다. 새로 시장에 진입하는 거래소부터 실명계좌 발급이 원천 봉쇄된 것이다. 후발 거래소들은 실명계좌 발급이 막히면서 현재까지 법인계좌로 회원 거래를 지원하는 처지다.

그러나 업비트는 실명계좌 지원이 가능한 거래소였음에도 불구하고 IBK기업은행의 조치에 따라 신규 회원 유입이 차단됐다. IBK기업은행이 국책은행이기 때문에 정부 정책에 반대되는 조치를 취할 수 없었다는 평가다. 한때 전 세계 거래량 1위 거래소였던 업비트는 이러한 조치로 인해 성장세가 꺾이게 된다.

케이뱅크, 회원수 증대 효과

업비트에게 실명계좌를 터준 케이뱅크는 지난 2017년 설립된 국내 1호 인터넷은행이다. 우리은행을 비롯해 비씨카드, NH투자증권, 케이로스, 한화생명, GS리테일 등 금융권과 유수 대기업이 합작했다.

그러나 지난해 순손실 1007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실적 부진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지속된 실적 악화에 내달 4000억원 증자를 받아 정상 영업에 나설 정도로 경영에 빨간불이 들어온 상태다.

케이뱅크보다 늦게 시작한 카카오뱅크의 경우 시장에 안착하며 고속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카카오뱅크 가입자 수는 1154만명이며, 케이뱅크는 이보다 10배가량 적은 120만명에 불과하다.

실적 부진을 극복할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에서 이번 업비트와의 협력은 가뭄에 단비가 됐다. 업비트에게 실명계좌를 터주면서 단숨에 회원수를 크게 늘리게 된 것이다.

업비트, 판세 읽은 기민한 수읽기

업계 일각에선 업비트와 케이뱅크의 협력이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한 특금법 개정안(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핵심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가상자산 시장에 부정적 스탠스를 견지해오던 정부당국이지만 특금법 개정안 통과로 거래소를 압박할 명분을 잃게 됐다.

내년 3월부터 본격 발효할 특금법 개정안은 거래소의 실명계좌 발급을 명시하고 있다. 자금세탁방지(AML)와 테러자금조달금지(CFT) 의무를 부여하는 등 일정조건을 충족해야만 실명계좌 발급이 가능하고 관련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특금법 개정안으로 거래소 계좌 발급 기준이 마련돼 이제는 시중은행들이 거래소를 유치해야 하는 상황으로 바뀌고 있다”며 “이러한 와중에 업비트와 케이뱅크의 협력은 업계 지각변동을 예고하는 커다란 변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업비트 외 기존 실명계좌를 지원하고 있는 빗썸, 코인원, 코빗도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며 “차후 실명계좌 발급이 유력한 몇몇 거래소들도 업비트와 케이뱅크의 결합 효과를 유심히 지켜본 뒤 인터넷은행을 파트너로 점찍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출처 : CBC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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