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페이스북의 리브라를 언급하며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관련 연구·개발을 계획대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2일 이주열 총재는 한은 창립 70주년 기념사에서 "지난해부터 불거진 페이스북 리브라(Libra) 논란에서 보듯이 디지털 혁신이 민간부문을 넘어 중앙은행 고유의 지급결제 영역까지 파급될 수 있다는 인식이 크게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은은) 지급결제제도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도모해야 하는 중앙은행으로서 이러한 변화 흐름에 능동적으로 대처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현재 진행 중인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에 대한 연구·개발을 계획대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기념사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와 환경 변화가 중앙은행에 막중한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포스트 코로나 시대 저물가 현상에 대비한 물가안정목표제 연구와 CBDC 개발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코로나 위기로 비대면 결제활동의 확산은 사회 전반의 디지털화를 촉진해 4차 산업혁명을 가속화하고 글로벌 경쟁을 심화시킬 것"이라며 "민간의 자율성과 창의성이 활발히 발휘되도록 해 지식과 기술에 기반하는 생산성 주도의 성장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한은은 지난 9일 창립 70주년을 맞아 중장기 발전전략을 담은 'BOK 2030'을 발표했다. 해당 전략을 통해 한은은 디지털혁신실을 신설하고, 블록체인, 빅데이터,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연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CBDC 연구 개발을 위한 작업에도 속도를 낸다. CBDC 도입과 관련한 기술적・법적 필요사항을 사전적으로 검토하고, 관련 연구를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또한 필요시 국내 CBDC 도입을 위한 제반 준비작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한은은 지난 2018년부터 CBDC 관련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연구 초기 한은은 CBDC 발행, 특히 소액결제용 CBDC 모델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CBDC가 중앙은행과 시중은행의 경쟁을 불러와 금융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CBDC가 발행된다면 은행간 거래에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페이스북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글로벌 결제 통화 '리브라' 개발을 공표하고, 중국이 디지털 위안화 개발에 속도는 내는 등 외부 환경이 급변하면서 한은의 입장에도 변화가 생겼다. 특히 최근 코로나19가 가져온 지급결제 환경의 변화는 한은의 CBDC 연구·개발 움직임을 더욱 빨라지게 만들고 있다.
한은은 올해부터 내년까지 CBDC 파일럿 테스트를 추진한다. 올해 9월까지 CBDC의 설계와 요건 정의, 구현 기술 검토를 마치고, 내·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기술·법률자문단과 태스크포스를 꾸려 관련 제반 사항을 검토할 계획이다.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파일럿 시스템 구축과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당시 한은은 "최근 지급결제 분야의 기술 혁신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어 민간부문의 시장 확장성을 예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내외 지급결제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CBDC 파일럿 시스템 구축 및 테스트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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