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angle Dig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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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올해 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이하 SEC)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이하 ETF)를 승인함에 따라 기존 제도권 내 금융기관이 가상자산에 안전하고 합법적인 방법으로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그 중에서도 연금펀드, 국부펀드와 같은 공적펀드를 운용하는 기관들의 시장 참여를 기대해볼 수 있어 그 의미가 크다. 이들은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가상자산 시장에 안정적이고 풍부한 유동성을 제공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의 시장 참여는 수 많은 전문가들의 논의 끝에 결정되는 사안이기 때문에 산업의 잠재력과 안정성을 가늠해볼 수 있는 척도이기도 하여, 이들의 행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본 리포트에서는 현 상황에서 아시아 주요국의 공적펀드들이 가상자산 시장에 어떠한 입장을 보이는지, 그리고 시장 참여 현황은 어떠한지 분석해 이들의 시장 참여를 전망해보고자 한다.
1. 한국: 가상자산 시장에 간접적으로 참여하는 공적펀드
한국은 개인 투자자의 가상자산 투자가 매우 활발한 반면, 기관 투자자의 시장 참여는 어려운 시장이다. 지난 리포트에서 다룬 바와 같이, 규제당국이 비트코인 ETF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 금융위원회(Financial Sevices Commission)는 미국 SEC의 비트코인 ETF 승인 소식을 두고, 1)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에 상장된 ETF에 투자하는 것을 금지하고, 2) 국내 비트코인 ETF 출시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검토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또한, 3) 한국의 공적펀드 운용사 모두 가상자산 시장의 변동성을 이유로 직접적인 투자를 피하고 있어, 당장 이들의 시장 참여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에 있다.
그러나 한국 가상자산 시장에도 조금씩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1) 한국의 공적펀드 운용사들이 미국의 가상자산 거래소이자 나스닥 상장사인 ‘코인베이스(Coinbase)’의 주식을 직접 매입함으로써 가상자산 시장에 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실제 법 개정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나, 2) 여야 모두 2024년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친 가상자산 정책을 내세우는 등 기관 투자자의 시장 참여 가능성이 기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공적펀드 운용사의 간접적인 시장 참여 사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한국의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orea Investment Corporation, 이하 KIC)는 2021년 4분기 코인베이스 주식 8,700주 (당시 약 27억 원 상당)를 매입한 것으로 확인된다. 하지만 KIC는 코인베이스에 대한 투자는 MSCI 월드 인덱스 편입에 따른 지수 추종 투자 전력의 일환일 뿐,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며 일축하였다. 또한 이들은 금리 인상, 가상자산 가격의 하락세 등의 이유로 2022년 1분기 전량 매도한 상태이다.
다음으로, 글로벌 4위 연기금이자 운용 규모가 무려 999조 원에 달하는 국민연금공단(National Pension Service, 이하 NPS) 역시 2023년 3분기 코인베이스 주식 28만 주 (당시 약 260억 원 상당)를 매입한 것으로 확인되며, 현재까지도 매입 물량을 보유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비록 두 기관 투자자 모두 가상자산 시장에 여전히 보수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직접적인 지분 매입은 그 자체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는 두 기관이 가상자산 시장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오히려, 시대의 변화에 따라 가상자산을 높은 수익성을 가진 매력적인 신규 투자처로 인식하고 있음을 방증하기도 한다. 더 나아가, 만약 규제 당국이 기관 투자자들의 가상자산 투자를 허용한다면, 이들의 시장 참여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유의해야할 점은, 한국에서 비트코인 ETF 승인이나 기관 투자자의 가상자산 투자 허용은 아직 넘어야할 허들이 많기 때문에, 검토부터 승인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2. 일본: 공적펀드의 가상자산 시장 투자 가능성 기대
일본은 가상자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국가이다. 하지만 이들 또한 공적펀드가 가상자산 시장에 직접적으로 참여한 사례는 확인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일본의 공적펀드가 가상자산 시장에 참여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 이는 최근 일본 내 벤처캐피탈이 가상자산을 취득하고 보유할 수 있도록 법적 개정안이 마련되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일본 국부펀드인 산업혁신투자기구(Japan Investment Corporation, 이하 JIC)가 운영하는 벤처캐피탈 JIV VGI(JIC Venture Growth Investment)을 통해 가상자산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할 길이 열림으로써, 일본 국부펀드를 통한 가상자산 시장 참여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또한 2022년 발표된 일본 정부의 ‘NFT 백서'를 통해 세계 최대 규모의 연기금인 일본 GPIF(Government Pension Investment Fund)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 가능성도 엿볼 수 있다. 만일 GPIF가 가상자산 시장에 참여하게 된다면, 이들이 운용하는 약 2,000조 원에 달하는 자산을 바탕으로 시장에 상당한 활력을 불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요약하자면, 일본은 정부 주도하 가상자산 시장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공적펀드를 포함한 다양한 기관 투자자들의 시장 참여 가능성이 점차 선명해지고 있다. 이들 기관들의 자금 유입을 바탕으로 가상자산 시장 내 새로운 투자의 기회를 제공하고, 결국 시장의 성장과 발전을 크게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3. 서아시아: 오일머니 기반 국부펀드 중심의 가상자산 시장 활성화
서아시아 지역은 국부펀드를 중심으로 가상자산 시장에 활발히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다만 구체적인 투자 정보가 공개되어 있지 않아 제한적이나, 이들이 공개한 일부만으로도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높은 관심을 알 수 있다.
우선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부펀드 운영사 사나빌 인베스트먼트(Sanabil Investment)는 a16z, Polychain Capital 등 블록체인 관련 벤처캐피탈을 포함해 총 6,2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진행한 바 있다. 또한, 아랍에미리트의 경우, 이들 국부펀드가 운영하는 글로벌 테크 기관 ‘HUB71’을 통해 20억 달러의 펀드를 조성, 웹3 시장 활성화에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들 국가는 석유 자원이 고갈되어 가는 상황에서 국가 차원의 산업 다변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가상자산, 블록체인 기술이 주목받고 있으며, 이 기술의 발전을 가속화하기 위해 국부펀드 기반 활발한 금융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앞으로도 이들 공적펀드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는 지속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4. 호주: 자국 내 비트코인 ETF 상장에 따른 기관 투자자 참여 기대
호주는 2022년 4월부터, 시드니에 위치한 2위 증권거래소 ‘Cboe Australia’를 통해 비트코인, 이더리움 ETF 거래를 선제적으로 허용한 국가이다. 이는 전통적인 기관 투자자들도 가상자산 시장에 충분히 진입할 수 있음을 의미하나, 호주 최대 연기금 ‘오스트레일리안수퍼(Australian Super)’와 국부펀드 ‘퓨처펀드(Future Fund)’ 모두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투자 활동이 확인되지 않는다.
이러한 배경은 다양한 이유로 추측해볼 수 있는데, 우선 1) 호주 규제당국이 가상자산 시장을 아직 보수적으로 바라보고 있고, 2) 아직 명확한 규제 프레임워크가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3) 지난 ‘호주 웹3시장 Overview’ 리포트에서 다룬 바와 같이, 호주 4대 은행이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출금을 차단하는 등 전통적인 금융권이 가상자산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4) 가상자산 관련 ETF를 발행한 코스모스 에셋 매니지먼트(Cosmos Asset Management)가 2022년 10월 가상자산 시장의 하락세로 비트코인, 이더리움 ETF 등을 상장폐지한 이력이 있어 기관 투자자의 시장 참여가 더욱 조심스러운 것으로 추측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후 호주의 공적펀드를 비롯한 기관 투자자들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 전망은 긍정적이다. 우선 1) 미국 SEC의 비트코인 ETF 승인에 따라 호주 내 비트코인 ETF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기 시작하였고, 이를 통해, 2) 호주 1위 증권거래소 ASX(Australian Stock Exchange) 에서도 비트코인 ETF 승인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3) 호주 국민들의 가상자산 관심도가 높다는 점도 이유 중 하나이다. 실제로 호주 국민들이 개인연금을 직접 만들어 투자할 수 있는 SMSF(Self Managed Super Fund)의 경우 가상자산 분야에 대한 투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들 연금의 가상자산 투자 금액은 2023년 9월 기준 6.6억 달러에 달하며, 이는 2019년 대비 약 500% 증가한 수치이며 SMSF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자산군이라는 점에서 인상적이기도 하다.
5. 싱가포르: 과거 가장 활발했으나, 현재는 보수적인 입장
싱가포르는 과거 국부펀드를 중심으로 가상자산 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국가이다. 특히 싱가포르 연기금의 자산을 관리하는 국부펀드인 싱가포르 투자청(Government of Singapore Investment Corporation, 이하 GIC)은 2018년 코인베이스의 시리즈 E 투자 라운드에 참여하며 가상자산 시장에 대해 선제적으로 접근한 바 있다.
또 다른 국부펀드인 테마섹(Temasek)은 GIC 보다도 더욱 활발한 모습을 보였는데, 블록체인을 포함한 신기술 분야의 투자 전담조직을 신설하며 코인베이스, FTX와 같은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에 투자하며 개방적인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테라 루나 사태, FTX 파산으로 인해 큰 손실을 기록하며 상황이 반전되었다. 특히 FTX 파산 여파로 인해 약 3,600억 원 상당의 재정적 손실과 이미지 평판이 크게 타격을 받았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 싱가포르의 국부펀드, 규제당국 모두 가상자산 시장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따라서 향후 이들 공적펀드의 시장 참여도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마치며
지금까지 아시아 주요국 공적펀드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 현황을 분석해 보았다. 이들 대부분 가상자산 시장의 높은 위험성, 변동성을 지적하며 보수적인 태도를 유지했고, 규제의 벽으로 인해 이들의 실질적인 시장 참여는 제한적이었다. 비록 일부 국가의 공적펀드가 참여한 사례가 발견되긴 하였지만, 이는 그들이 관리하는 자산 규모에 비해 상당히 미미한 수준이었다. 예를 들어, 한국의 공적펀드 국민연금공단이 코인베이스에 투자한 금액은 전체 운용 자산의 약 0.0002%에 불과할 정도로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미국 SEC의 비트코인 ETF 승인을 시작으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이를 계기로, 여러 국가에서 다양한 가상자산을 기초로 하는 ETF가 연이어 등장할 것으로 기대되며 실제로 홍콩, 일본, 그리고 호주 등지에서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동향은 공적펀드를 포함한 많은 기관 투자자들의 참여 촉진을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즉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들의 시장 참여 전망은 긍정적이며, 이들의 시장 참여를 통해 가상자산 시장에 안정적이고 풍부한 유동성을 공급, 결국 가상자산 시장 전체에 활력을 불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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